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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협기자단

[리뷰] <2019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I> 2019-03-31 2,361



[리뷰] <2019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I>



 2019년 3월 13일 오후 8시, 올해의 첫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줄여서 ‘대실작’이라고 칭하기도 한다.)이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 홀에서 열렸다. 과거에도 그래왔듯이 연주회 전에는 오후 6시 15분 경 한국 예술 종합 학교 B 143호에서 세미나가 이루어졌고 의자가 모자랐을 정도로 많은 관심과 함께하는 뜻 깊은 소통의 장이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2019년 파안 생명나무 작곡가로 선정된 김신 작곡가와, 김석영 연사가 진행을 맡았다. 



 우선 김신 작곡가의 작품은 <첼로 솔로를 위한 “Selbstgesaräche(혼잣말 1)”- 2016/2017년 작곡, 2019년 개작>이며 어떤 작업 과정을 통해 작품을 작곡하게 되었는지 등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가 작곡할 당시 썼던 기법은 무엇이며, 이 작품에 이어서 다음에는 어떠한 작품을 작곡할 계획인지 등등의 여러 이야기를 듣던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작업 과정’이었다. 본인이 직접 혼잣말을 하는 것을 녹음하여 들어본 후 깨달았던 것은 중요한 이야기 같은 경우에는 다시 반복을 하면서 말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는 결국 작품을 구성하는 형식으로써 구체화가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론도와도 유사한 점이 있지만 마냥 반복하는 것이 아닌, 작곡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점이 차별화되는 점이라고 보인다. (예/A-B-C-D-B: A 가 바로 뒤에 나오지 않는 점) 그리고 그는 혼잣말이 부드러움과 과격함을 동시에 수반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 또한 작품에서 대조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며 곡을 더 다채롭게 하는 요소가 되었다. 평소에 혼잣말을 하는 자신, 혹은 혼자 말하는 상황을 떠올려보며 작품을 감상한다면 보다 흥미롭게 음악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김석영 연사의 세미나가 이루어졌는데 5명의 작곡가들의 작품들이 상호 텍스트성(Intertextuality)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호 텍스트성이란? 텍스트와 텍스트의 관계를 뜻하는 데 단순히 글자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우리가 사용하는 다양한 언어들도 텍스트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김애리 작곡가는 <주 우리 하나님>이라는 코랄을 직접 인용을 하는 것에서 종교적인 언어와 연관 지어 볼 수 있었고, 최현석 작곡가는 신라 시대의 우륵의 이야기를 통해 작곡하였는데 이를 통해 청중에게 ‘열린 청취’를 가능하게끔 하는 의도가 보였으며 서유라 작곡가와 채경화 작곡가는 시를 사용한 점, 정영빈 작곡가는 가곡의 도입부 부분을 차용하여 곡을 변형, 발전시켜나갔다는 점에서 이 개념이 통용된다고 보았다. 


 음악도 하나의 언어이기에 어쩌면 이러한 성향이 내재되어있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고, 이 세미나를 들은 참여자 중에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리들을 통해서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들을 바라보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고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 김애리 Kocoa 1 (신음악회) 현악 3중주를 위한 神地人(신지인) 2018 작곡 ]


 ‘신지인‘은 각각의 요소마다 작곡가의 의도,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아주 뚜렷한 작품이다. 


 우선 중심음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단순히 임의로 음정을 지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그녀는 신을 의미하는 God의 첫 알파벳인 G를 중심음으로 사용했는데 그녀가 종교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독실한 신앙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G음 이외에 많이 나오는 음 중에 하나는 E음인데, 이는 그녀의 영문명인 Eri에서 온 것이며 신과 뜻을 함께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로는 악기의 선택이다. 현악기 중에 가장 고음 악기인 바이올린은 신, 저음 악기인 첼로는 땅, 그리고 최고음을 낼 수도 없고 최저음을 낼 수도 없는 악기인 비올라는 사람을 의미한한다. 

 

 그리고 작품의 성향은 아방가르드적인 성향이 드러나기보다는 전통의 모습과 거리가 더 가까웠지만, 작곡가의 의도가 상당히 명확하다는 점에서 아주 흥미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 최현석 Kocoa 2 (한국악회) 독주 가야금을 위한 탄금대 2018 작곡 ]

 

I 정녕 그대가...

II 설레임도 모르는 무정한 님아...

III 사랑가

IV 덧없는 세상살이

V 탄금대


『 삼국사기 中 “신라 가실왕 당시, 가야 사람이었던 우륵은 나라가 어지러워지자 가야금을 가지고 신라에 귀화하였다. 이에 진흥왕이 기뻐하여 우륵을 충주에 거주케 하고는 신라 청년을 뽑아 보내 악을 배우게 하였다. 우륵은 그는 이곳을 우거지로 삼고 풍치를 상미하며 산상대석에 앉아 가야금을 타니, 그 미묘한 소리에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었다고 한다. 이 곳을 탄금대라 불렀다.”』



  현대 음악 뿐만 아니라 오페라, 뮤지컬 음악까지 다양한 음악을 작곡하며 대중들과의 거리를 적극적으로 좁히고자 노력하는 최현석 작곡가! 그의 작품은 신라의 대악을 완성한 우륵의 이야기를 5개의 소제목으로 나누어서 작곡이 되었는데 18현, 25현 등의 개량이 된 악기가 아니라 전통 12현 가야금이 사용되였다. 이는 단조로움으로 다가오기보다는 오히려 과하지 않은 표현으로 음악에 담긴 이야기에 잘 몰입할 수 있게끔 돕는 역할을 되어주었다.

 

 다만 이 작품에는 전통적인 서양 음악 어법이 많이 드러나 있는데 과연 그가 생각하는 현대 음악의 범주는 어디까지인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물론 이것은 최현석 작곡가에게만 해당하는 질문은 아니다.) 




[ 서유라 Kocoa 3 (작곡동인 소리목)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위한 감각의 여행 2018 작곡 ]


 이 작품은 황유원 시인의 <크레파스로 그린 세계 열기구 축제>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이라고 한다. 보통 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면 가곡일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작품을 바라볼 수 있지만 서유라 작곡가는 기악기로 표현을 했다. 


 ‘아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사실 그녀가 작곡을 할 당시 어떠한 텍스트를 기반으로 작곡을 했는지 귀로는 바로 알기가 어렵긴 하지만 위의 텍스트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분명하다. 이 어구는 시의 첫 시작에 나오는데 시인 페터 한트케 시 중에 있는 반복구이며 황유원의 시에서도 여러 번 사용되는데 이를 압축하여 곡에 반영했다고 한다. 


 좀 더 파헤쳐보면 이 어구에 가장 많이 나오는 자음은 “ㅇ”인데 작곡가는 이에서 연상되는 회전감 등을 표현하고자 했고, 연주를 직접 들어보면 이러한 점, 즉 언어를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두드러진다.

 

 그리고 감상을 하면서 강하게 기억에 남았던 것은 이 작품에서 나타나는 음색적인 부분이다. 한 명의 감상자로써 이 작품을 짧게 표현을 한다면 “울려 퍼지는, 울려 퍼지는 음악..” 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렇게 느껴졌던 첫 번째 이유는 곡의 중반에 나오는 현악기의 글리산도와 저음을 울리고 있는 피아노가 함께 서서히 사라지는 소리였고, 그리고 다른 이유로는 곡의 후반부가 되었을 때였다. 연주자가 피아노 안에서 A음을 내는 현을 짚는다. 그렇게 계속 짚어가다 보면 어느새 한 옥타브가 높아지고 모호하고 희미한 소리를 내게 되는데 이 또한 음향적인 부분의 고려의 흔적이 보이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 채경화 Kocoa 4 (주창회) 오장환 시에 의한 나의 노래 2017/ 2018 작곡 ]


『나의 노래가 끝나는 날은

나의 가슴에 아름다운 꽃이 피리라

새로운 묘엔 옛 흙이 향그러

단 한번 나는 울지도 않았다

새야 종다리야

화살같이 날아가거라

내 슬픔은 오직 님을 향하여

내 과녁은 오직 님을 향하여

단 한번 기꺼운 적도 없었다

슬피 바래는 마음만이 그를 쫓아

나의 노래는 벗과 함께 느끼었노라

내 슬픔은 오직 님을 향하여

내 과녁은 오직 님을 향하여

단 한번 기꺼운 적도 없었다

슬피 바래는 마음만이 그를 쫓아

나의 노래는 벗과 함께 느끼었노라

나의 노래가 끝나는 날은

나의 무덤에 아름다운 꽃이 피리라』



 오장환 시인의 “나의 노래”는 1939년에 발표가 되었고, 채경화 작곡가의 작품 또한 이에 못지않게 애절한 감성을 담고 있다. 조성 음악에서 많이 벗어난 음악이 아니었기에 현대 음악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청중들에게도 난해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시를 읽을 때와 달리, 음악적으로 다시 해석을 할 때에는 청각적인 부분이 심상을 결정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단어의 ‘아우라’가 곡의 분위기를 조성한 것으로 보였다. 


 작곡적인 측면에서는 피아노 반주의 쓰임이 눈에 띄었는데 과거의 서양 가곡들의 악보를 들여다보면 반주에 지시가 잘 있지 않을 뿐더러 페달에 대한 부분은 이야기가 되는 일은 정말 드물었다. 반면 이 작품의 초반에 잔잔하게 나오는 페달의 약음 효과는 시의 성격을 아주 잘 살려주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가사, 선율, 피아노 반주가 어떻게 함께 어우러져 울림을 만들어내는지 감상해보면 좋을 것 같다.  




[ 정영빈 Kocoa 5 (창악회) Gestaltspiel für Klaviertrio 2017 작곡 ]


 “Gestaltspiel”은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로 편성되어 있는 작품이다. (Gestaltspiel이란? 음형, 윤곽, 외형과 움직임, 연주의 합성어이다.) 작곡가는 프란츠 슈베르트의 가곡인 “Der Doppelgänger”의 (번역: 같은 사람) 도입 부분을 소재로 삼아 발전시켜나간다





사실 이 가곡이 작곡된 지는 100년 이상이 지났는데 작곡가는 왜 이 작품을 소재로 삼게 되었을까? 정영빈 작곡가는 가곡 내에서 이루어지는 변주 형식을 보고 본인이 원하는 음악적 구상과 어느 정도 유사하는 점이 있었고 이를 차용했다고 한다. 물론 한 작품의 차용이 있기에 그 곡의 분위기를 다시 구현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작곡가가 의도했던 바는 아니다. 현 시대에 과거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아 자신의 어법으로 음악을 구축해나가는 모습에서 전통을 중시하는 그의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특정 음형이 이동, 치환, 확장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움직여가는 것에 귀 기울여 본다면 이 곡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어지는 대실작은 작곡가 김범기, 최명훈, 박윤경, 박정양, 오예승, 김보현, 이성재의 작품이 연주가 되며 4월 10일 수요일 오후 8시, 같은 장소인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 홀에서 열린다. 마찬가지로 오후 6시 15분 한국 예술 종합 학교 서초동 캠퍼스 B 143호에서 세미나도 진행된다. 


 세미나는 작곡가가 작품을 쓸 당시에 했었던 생각들이나 에피소드, 그리고 표현하고자 했던 것들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들이 오고 갈 수 있는 시간이기에 많은 이들의 참여와 관심과 함께 올해의 두 번째 실내악 작곡 제전의 막이 올라가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사) 한국 작곡가 협회


제 7기 기자단 이설민


출처: https://blog.naver.com/seolmin0456/221498037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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