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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협기자단

[리뷰] [운지회 체임버오케스트라 시리즈 X IV - 화음쳄버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창작음악 - JOY ON THE STRINGS] 2019-10-21 647

[리뷰] [운지회 체임버오케스트라 시리즈 X IV - 화음쳄버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창작음악 - JOY ON THE STRINGS]


 국내 창작음악 단체인 운지회의 열네 번째 체임버 오케스트라 공연 < JOY ON THE STRINGS >가 10월 9일 저녁 8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렸다. 이번 연주회는 현악기 중심의 악단인 화음 쳄버오케스트라와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운지회 회장 김광희는 프로그램북을 통해 여섯 명의 참여 작곡가와 음악감독 박상연, 화음 쳄버오케스트라에 특별히 감사를 표했으며, "운지회에 많은 격려와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한국의 작곡가 강은경, 정현수, 오이돈, 류경선, 백승우, 백병동의 곡이 연주되었다. 연주된 곡들은 모두 올해 작곡된 신작이고, 운지회의 세계초연으로 무대에 올려졌다. 이중에서 강은경, 류경선, 백병동의 곡이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이었고, 정현수, 오이돈의 곡은 독주악기가 있는 협주곡, 백승우의 곡은 현악4중주와 오케스트라의 합주협주곡이었다.


 강은경의 < Flying Fish for String Orchestra >는 날치류의 생선인 플라잉 피쉬(Flying Fish)를 모티브로 쓰였다. 플라잉 피쉬의 몸에 달린 네 개의 지느러미가 현악기군의 네 악기로 치환되었고, 그것들의 움직임을 음악으로 옮겼다.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모여 큰 추진력을 형성해 가는 과정을 묘사하기 위해 대위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정현수의 < 오보에와 현악합주를 위한 예정된 조화 >는 철학자 라이프니츠(Leibniz)의 저서 < 단자론 >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단자'는 세계를 구성하는 단위로, 독립적으로 가변적이다. 그러나 신(神)에 의해 세상은 조화가 예정되어 있고, 단자는 하나의 질서를 향해 집합하게 된다. 단자의 가변성과 질서는 곧 음악적 변수이자 곡 전체를 관통하는 규칙을 의미한다. 그런 콘셉트를 음악으로 풀어내면서 자연스럽게 리듬을 단순화하고 수직의 미학을 최대한 살렸다.


 오이돈의 < 솔로 바이올린과 현악오케스트라를 위한 신나게 살사춤을! >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정열적이고 화려한 살사춤을 기반으로 쓰였다. 외국의 춤을 모티브로 했지만, 클라이맥스에 펜타토닉 스케일과 한국의 전통 리듬을 적절히 써 서우리의 흥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또한 바이올린 솔로의 기교가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J.시벨리우스의 < 바이올린 협주곡 > 3악장이 떠오르기도 했다.


 류경선의 <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침묵의 소요 >는 하나의 제목으로 묶여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세 곡을 연이어 놓은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이다. 단일한 고음을 기둥으로 삼아 조성적인 소리를 들려주는 첫 번째 곡, 현악기의 하모닉스와 불협화음으로 불안한 인상을 남기는 두 번째 곡, 그리고 마치 스트라빈스키의 < 봄의 제전 >처럼 수직적인 액센트가 불규칙하게 배치되어 있는 세 번째 곡까지 전부 개별적인 콘셉트를 갖고 있다. 작곡가는 아무 것도 없는 침묵에서부터 자유로운 상상력이 발휘되어가는 창작의 과정을 그려냈다.


 백승우의 < PAN VIII fur Streichquartett & Streichorchester >는 이번 연주회에서 연주되는 곡 중 유일하게 합주협주곡의 형식을 띄고 있다. 전경에 나와 있는 현악사중주와 후경에 드리워 있는 현악오케스트라는 주법과 음고, 음가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것은 각 영역을 구분짓는 수단이 되고, 소리의 멀고 가까움, 평면적인 것과 3차원 공간의 차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연주회의 마지막 무대는 작곡가 백병동의 < 흐르는 강물처럼 - As a River Flows... for String Ensemble >이었다. 작곡가는 이 곡을 두고 "쥐어짜지 않고 편안하게 서술하듯 썼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던 소리들은 서로 대응하고, 순환하며, 수평적으로 또 수직적으로 움직인다. 마치 여러 곳에서 흘러들어온 강물이 합쳐져 큰 물결을 이루는 듯한 모습이었다.


 흔히 현대음악을 관념의 음악이라고 칭한다. 관념의 세계에서는 작품 창작의 동기나 근거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런데 관념에 치중하다 보면 정작 음악이라는 '소리 예술'만이 가질 수 있는 특성을 옅게 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소리의 질적인 면보다도 추상적 의미가 중요해질 때 그런 일이 발생한다. 때때로 이것은 현대음악을 비판하는 지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 JOY ON THE STRINGS >의 작곡가들은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는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소리로써 명료하게 실체화했다. 창작자의 의도와 실제 소리 구현이 명확하게 일치하는 것이다. 의도가 명확하기 때문에 작품에 일관성이 생기고, 그것은 곧 소리의 일관성으로 나타나며, 소리의 일관성은 반복에서 오는 형식적 아름다움을 이끌어낸다.


 현대음악을 단순히 낯선 음악 혹은 이상한 음악이라고 치부하거나 화음이 특이하기만 하면 현대음악이 될 거라는 안이한 생각을 향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섯 명의 작곡가들은 작품으로써 현대음악의 '음악적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사) 한국작곡가협회

제7기 기자단 홍은솔

출처 : https://blog.naver.com/record1975/22167906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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