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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협기자단

[리뷰] 2019년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V 2019-12-08 613

 2019년 11월 13일 수요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 홀에서 올해의 마지막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이 열렸다. 이 날은 세미나 참석률도 아주 높은 편이었고, 연주회장에 많은 관객들로 채워졌었기 때문에 “대실작”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 제전)에 대한 관심이 과거에 비해서 꽤 높아졌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연주회가 시작되기 전, 진행된 세미나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오후 6시 15분, 한국 예술 종합 학교 서초동 캠퍼스 B 143호에서 열렸고, 진행은 오예민 작곡가 본인과, 이민희 연사가 맡았다. 세미나에서는 작곡가가 어떠한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귀한 자리이기에 많은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자리이다. 아래에는 세미나와 관련된 이야기를 먼저 하고자 한다.



 작곡가 오예민은 이 날 공연이 되었던 <A girl in Time for Soprano and Live Video ad electronics(2019, 세계 초연)>이라는 작품을 소개했다. 실제 악기만이 아닌 영상과 전자 음향을 사용하였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시도를 함에 그치지 않았고, 그러한 방법들을 통해 낼 수 있는 효과들과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인 문제 이외의 많은 문제들과 얽혀있는 위안부. 작곡가는 작업을 하면서 이에 대해 최대한 편향적인 시선이 아닌, 객관적인 시선을 담기를 원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의 재배치”라는 면에 집중을 하였다. 우리들은 피해자 분들의 아픔을 감히 예측할 수도, 섣불리 판단할 수도 없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 분들께서 하셨던 인터뷰의 음성을 따와서 시간의 흐름을 뒤집었다. (완전히 똑같은 비유는 아니지만 쉽게 풀어서 설명하자면, ‘안녕하세요’는 ‘요세하녕안’이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뒤집힌 음성이 들리고 그 다음에는 원래의 음성이 들리면서 의미를 점차적으로 알게 되는. 이러한 기법을 통하여 역사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의 문제를 지적하고 싶었다고 한다. 


 시간이라는 개념은 절대로 되돌릴 수 없다. 이것은 피해자 분들의 과거와 아픔에도 동일하다. 작곡가 오예민은 이 작품을 통해 많은 담론이 오가는 현 시대의 문제에 대하여 주목하였고,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었다. 그의 작품이 이번 대실작 공연뿐만이 아닌,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면서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이어서 이민희 연사는 이 날에 연주가 되는 6개의 작품에 대하여 본인의 심층적인 분석을 나누며 세미나를 진행하였다. 그는 작품들에 대하여 “퍼포먼스”적인 특징이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이는 연주 자체에 대한 설명으로 적용이 될 수도 있고, 새롭거나 비현실적인 세계에 대하여 청취자들이 가상적으로 간접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뜻하기도 하며, 연주자가 연주를 하는 행위, 그 자체로도 설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통하여 작곡가들이 하고 있는 다양한 시도들에 대한 전반적인 분석과 담론을 듣고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세미나가 끝나갈 무렵, 김수혜 작곡가는 이민희 연사님께서 늦은 오후 연습인데도 불구하고 직접 참관을 하는 등의 열정적인 노력이 있었다고 언급하였는데, 확실히 세미나에서도 그러한 모습이 비춰졌었고, 이러한 노력들은 앞으로의 대실작의 발전에 있어서도 분명히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이제 2014년부터 시행되어왔던 “Kocoa 술래” 위촉제도를 통해 선정된 작곡가들의 공연을 감상한 후, 이에 대하여 리뷰를 해보고자 한다. (투표 번호/작곡가 성명/협회 및 단체명/리뷰 순서로)



Kocoa 1 오예민 (한국 전자 음악 협회)

- 위의 세미나의 내용과 겹칠 수 있기에 생략한다. -



Kocoa 2 이의진 (한국 여성 작곡가회)


 작곡가 이의진의 <Encore avec... pour Violin, Clarinette et Piano” (2018, rev. 2019)>는 인상주의적인 작풍과 미니멀리즘적인 작풍이 담겨있는 실내악 작품이다. 그는 현재에도 과거의 작곡가들과 함께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으며, 아마도 그러한 맥락에서 작년에 드뷔시의 서거 100주년을 맞아 이 곡을 작곡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작품을 감상하고 느꼈던 점은 11분이라는 작품의 길이에서 미니멀리즘적인 부분은 그렇게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좀 더 과감하게 시도를 해보았어도 괜찮았을 것이라고 느껴졌다. 만약 그랬었다면, 좀 더 인상주의 음악과 미니멀리즘 음악의 흥미로운 조합을 청중들이 듣고,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Kocoa 3 설수경 (작곡 동인 델로스)


 작곡가 설수경의 <베이스 클라리넷과 스트링 트리오를 위한 수원화성문(2018)>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류 서양 화가였던 나혜석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가 주목했던 점은 예술인으로서의 삶, 그리고 동시에 어머니로써 살아가는 삶의 무게였다. 그림을 잘 보게 되면 아들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무엇인가로 가득 차 있는 바구니를 들고 있다. 이는 자식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감상자들에게 간접적으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한 것이기도 하다. 작곡가는 이러한 부분들을 고려하여 음악으로 재구성을 하였고, 그 중에서도 차가운 음색과 따뜻하고 섬세한, 색채적인 표현들의 대비가 특히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에는 생전에 나혜석이 실제로 했었던 이야기를 인용한다.


 “나는 할 일이 많다. 

이제야 예술이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는데 

이와 동시에 나는 

어머니가 되어가고 있었다.”



Kocoa 4 김승림 (창악회)


 김승림 작곡가의 <Percuss Ⅱ for Percussions and Electronics (2019, 세계초연)>는 현대 음악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타악 듀오 그룹인 ‘Moitie’에 헌정이 된 작품이다. Percuss의 의미는 ‘두드리다, 쳐서 울리게 하다.’ 라는 의미가 있는데, 이는 단순히 타악기의 소리를 표현하고자 함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어떠한 대상에 대해 느끼는 설레임, 두려움 등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과정을 두드리고 울리는 현상과 연결 지어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감상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작품에서는 청각적인 부분을 다양하게 자극하는 요소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들에 집중을 해서 감상해보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는 것이다. 



Kocoa 5 이복남 (운지회)


 이복남 작곡가의 <클라리넷, 2대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타악기를 위한 순례(巡禮)> (2018, rev. 2019)는 이 날 연주가 되었던 작품들 중에서 종교적인 성격이 가장 강했던 작품이었다. 그는 2018년에 바울의 순례 여정 장소를 따라 여행을 했을 당시에 느꼈었던 경험을 토대로 작곡을 하였고, 총 3장의 단락으로 구성을 하였다.


 “문 밖 강가 침례터”는 루디아라는 여성이 세례를 받을 당시에 느꼈던 감정들을 표현하고자 챈트의 선율을 차용하였으며, “테베의 돌사자”는 카이로네이아 전투(기원전 388년)에서 격렬한 전투 후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던 청년들을 애도하는 마음을 담았으며, “테린쿠유(Derinkuyu)”에서는 불협화적인 대위법적 기법 등으로 긴장감을 주는 등, 지하 도시에서의 생활에 대하여 표현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고통이 새겨져 있었던 사건들을 음악으로 만들고 표현해내기 위해서 이복남 작곡가는 과연 어떠한 시도들을 했었는지 상상해보고 살펴보면서 이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면 보다 더 이해하기 좋을 것이라고 본다.    



 올해에 5번째인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 제전은 세미나와 5명의 선정 작곡가, 그리고 2018년 KOCOA 술래 선정 작곡가인 김수혜의 연주까지 함으로써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년에 계속 이어질 대실작 연주들도 성황리에 마칠 수 있게끔 많은 이들의 관심과 노력이 이어져 갈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하면서 글을 마친다.    


(사) 한국 작곡가 협회

제 7기 작협 기자단

이설민

출처: https://blog.naver.com/seolmin0456/221710739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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