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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협기자단

[리뷰] < 2020 대한민국 실내악작곡제전 IV > 2021-01-27 341

<2020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 제전 IV>가 11월 04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 홀에서 열렸다. 본 연주회는 2020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 제전 I, II, III에 이어 마지막 연주를 앞두고 열린 네 번째 연주였다. 연주 당일, 사)한국작곡가협회 유튜브 채널 ‘Voice of Kocoas’에서는 손민경 음악학자와 이문희 작곡가의 연사가 있었다. 손민경 음악학자는 ‘한국과 서양 사이, 문화번역으로 바라본 현대음악!’라는 제목으로 세미나를 진행하였고, 당일 연주되는 8명의 작곡가의 작품을 모두 다루었다. 또한 이문희 작곡가는 자신의 주요 작곡어법 및 경향과 이번 공연에서 연주되는 작품 ‘불량화소(Pixelfehler)’ 분석을 하였다. 이 연사는 다음의 링크에 접속하면 다시보기가 가능하다. https://www.youtube.com/VoiceofKocoas

하프와 라이브 전자음향을 위한 가을 밤하늘 (세계초연)

작곡/김태희(전자음악협회)


이 곡은 가을 밤하늘의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한다. 하프 특유의 유려한 음색에서는 맑고 평안한 밤하늘을 연상시키기도 했는데, 이는 ‘청명한 밤하늘이기도 구름에 가려 어둡기도 또는 가을바람에 스산하기도 여름에 비해 화려한 별빛은 아니어도 별들이 빛나는 그런 깊어가는 가을 밤하늘을 그리고 싶었다’(프로그램 노트 中)라고 한 김태희 작곡가의 의도가 담겨 있었다고 여겨진다. 하프를 두드리는 모션과 그 모션을 통해 나는 소리, 이 소리를 모방해 따라오는 듯한 전자 음향은 마치 소리가 메아리치듯 따라오는 소리들이 잔상으로 남아 하늘의 무한한 공간에 압도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독주로 인한 여백은 밤하늘에 별들 사이 그 공백을, 그 여백을 채워주는 전자 음향은 별이 빼곡한 밤하늘 쳐다보고 있으면 우수수 떨어질 것 같은 밤하늘을 떠올리게 했다.

(연주시간: 약 12분)

피아노를 위한 들어봐

작곡/이혜원(젊은 음악인들의 모임)


이 작품에는 일본군 성폭력 피해자들(Japanese Military Sexual Violence Victims)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들어봐. 저들은 우리가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 이렇게 있어.”

“잊을래야 잊을 수 없지. 어떻게 잊어.”

“150명의 여자들을 나란히 세우고 목을 베기 시작했어.”

“이젠 조선말도 중국말도 잘 못해. 부끄러워. 조선말을 잊어버린 게 가슴 아파.”

“하루라도 고향을 잊어 본 적이 없어. 잊지 않으려고 날마다 지도를 봐.”

연주를 시작하기 전 피아니스트는 피아노에 손을 올려두고 긴 호흡을 들이마시고, 연주를 시작하는데 이러한 피아니스트의 준비동작에서 오는 긴장감은 제목 ‘들어봐’에 걸맞게 무슨 이야기를 할지 관객들이 귀를 기울이고,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요소라고 여겨졌다. 곧 연주는 피아노의 저음역에서 시작된다. 또한 곡 전체에서는 피아노의 고음역에서 연주되는 소리에 비해 저음역에서 연주되는 소리의 빈도가 높았다. 이는 일본군 성폭력 피해자들의 어두운 그 마음의 슬픔으로 시작하여 끝끝내 풀리지 않는, 풀릴 수도 없는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소리 같았다. 또한 반음, 온음끼리 부딪히는 소리들도 마찬가지로 성폭력 피해자들의 풀리지 않은, 앞으로 어떠한 방법으로도 풀리지 못할 복잡하고 되돌릴 수 없는 그 심정들과 한(恨)을 나타낸 듯 싶었다.

(연주시간: 약 7분)

클라리넷, 오보에, 바이올린, 첼로, 그리고 피아노를 위한 춤추는 선들

작곡/설수경(21세기악회)


이 작품은 “한국적인”이란 주제를 가지고, 한국적인 음악을 만드는 여러 요소 중 ‘선적인 선율 진행’과 고유의 흥‘을 생각하며 작곡된 곡(프로그램 노트 中)이라고 한다. ’선‘이라는 것은 이미지적인 요소로서 시각적인 것에 더욱 익숙한 존재인데, 이것을 설수경 작곡가가 어떻게 음악으로 표현해내며 귀에 어떤 식으로 다가올까 궁금했다. 바이올린, 첼로와 같은 찰현 악기들은 호흡을 하지 않아도 되는 각 악기들의 장점을 살려 선을 그리고 싶은 만큼 쭉 뻗어 표현해낼 수 있었고, 클라리넷, 오보에와 같은 연주자의 호흡을 필요로 하는 악기들은 ’선‘을 이루어내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 ’점‘을 나타내는 듯 싶었다. 피아노 또한 연속적인 동음을 끊어 연주함으로서 마치 점선을 이루며 다른 악기들과 조화를 이루며 독창적인 선을 만들어나갔다. 이렇듯 이 작품을 통해서는 다양한 악기를 통해 다양한 악기의 음색과 다채로운 리듬을 통하여 설수경 작곡가만의 흥겨운 음악적인 ’춤추는 선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연주시간: 약12분)

알토색소폰과 바리톤색소폰을 위한 불량화소

작곡/이문희


이 곡은 특별히 관심을 갖고 들었던 작품 중 하나이다. 연주 전 이문희 작곡가가 이 작품에 대한 연사를 했었던 것도 있고, 사단법인 한국작곡가협회 설립 40주년 기념으로 열린 가우데아무스와의 국제교류음악회에서 연주되어 이미 이 곡을 한번 접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 목관 악기들의 텅 피치카토, 갑작스러운 악센트, 짧고 강한 순각적인 들숨, 키클릭 등 다양한 현대적 주법을 통해 2개의 악기로 음색을 달리하며 두 연주자가 춤추듯 환상의 연주를 자랑했던 기억이 있다. 작곡가 이문희는 ’결함이 있는‘, ’흠이 있는 화소‘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불량화소를 새로운 각도로 접근하여 ’특별한‘, ’눈에 띄는 ‘ 더 나아가 ’극명하게 대조되는‘,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일그러지고 압축되어진‘과 갖은 의미로 해석하여 본래의 의미보다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의미로서 ’불량화소‘를 음악적으로 풀어나갔다. 이러한 문자적인 해석을 악보에 대입하여 관객들의 귀까지 전달하고자 했던 작곡가의 의도가 잘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연주시간: 약 12분)

<2020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IV>는 사)한국작곡가협회 유튜브 채널 ‘Voice of Kocoas’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음악회에 참석하지 못했던 관중들도 이 채널의 영상들을 통해서나마 한국 창작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를 소망한다. 또한 2020년도 마지막 연주 <2020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V>는 ‘Post Coorona 기획 연주회’라는 부제로 오는 11월 18일에 열릴 예정인데, 코로나19가 속히 종식되어 관중들이 자유롭게 대면으로 느낄 수 있는 음악의 기쁨을 누리기를 소망한다.

2020년 11월 17일 수요일

hyoster1621@naver.com

(사) 한국자곡가협회 기자_이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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