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22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I >- 김민지 기자 > 작협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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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22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I >- 김민지 기자 2022-04-04 207

<2022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I>

 

2022323일 수요일 오후 730,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에서 <2022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I> 가 열렸다.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한국작곡가협회가 2007년부터 매년 개최해 온 연주회로, 대한민국의 창작음악회의 산실이다.

올해는 3월 첫 번째 연주회를 시작으로 5, 9, 10, 11, 총 다섯 번의 연주회가 계획되어 있다.

이번 실내악 작곡제전의 해설과 세미나 연사는 박수인 음악학자가 맡았다.

<2022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I> 작품들에 대해 작곡가들과 음악학자가 진행하는 <작곡제전 세미나>영상이 ()한국작곡가협회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되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EmvRqkmWHw&t=1177s

 





Insects in the river for Clarinet, Violin, Cello, Percussion and Piano (세계초연)

남인성 (2022 파안생명나무 작곡가)

 

<Insects in the river>은 강가에 있는 곤충들이 한 곳에 모이는 현상, 모이는 곳에서 서로 얽히며 부딪치는 모습, 그리고 모이는 곳을 떠나는 모습 등의 시각적인 요소들을 곡의 순서에 따라 배음렬과 비배음렬, 배음렬과 역배음렬, 배음렬의 중저음역대와 지속음, 현악기의 하모닉스와 여음 등의 청각적인 요소들을 사용하여 만든 곡이다.

 

각 악기의 특수기법들, 변박, 긴 프레이즈, 미분음 사용으로 정말 강가에 있는 곤충들이 서로 얽히며 부딪치는 것 모습을 정말 잘 표현한 것 같다. 곡을 들으면서 강가에 곤충들이 모여있는 모습들이 머릿속에서 상상되어 졌다. 마림바의 뚱땅거림, 그리고 첼로, 바이올린의 피치카토, 클라리넷의 미분음 소리들 그 위에 피아노의 같은 음의 반복이 곤충들이 자기들이 살 곳이라고 서로 싸우는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클라리넷을 중간에 베이스 클라리넷으로 바꾸어 음역대를 더 낮게 해 곤충들의 모습들을 표현 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연주시간 : 940)

 





베이스플루트 독주를 위한 환상곡 (2021)

백은숙 (대전현대음악협회)

 

베이스플루트를 위한 단악장의 곡이며 새로운 음색에 대한 연구를 위하여 쓰여진 작품이다. 각 부분은 다양한 새로운 주법과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같은 단어도 어조에 따라 느낌이 다르듯이 이것을 음악으로 표현하면 어떤 음색을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여 음악으로 나타낸 작품이다.

 

우선 플루트 중 음역대가 가장 낮은 베이스플루트를 실제로 보고 연주를 듣는다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 신기했고, 베이스플루트의 음색과 각종 현대주법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플라터텅잉, 키클릭, 글리산도 등 다양한 현대주법들을 사용하며 곡이 전개되어 졌고, 각 색션들이 완전 5도 간격으로 중심음을 옮겨가며 연속성을 갖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연주시간 : 7)

 





현악 4중주를 위한 오래된 그림자 (2021)

강 훈 (운지회)

 

작곡가는 박문경의 시 '오래된 그림자' 에는 '그림자' 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본래적 의미인 빛을 가려서 그 뒤에 생기는 검은 그늘의 의미와 함께 어딘가에 비쳐 나타나는 모습이나 사람이 남기고 간 자취, 다양한 감정 상태의 변화가 표현되어 있다고 느꼈다고 한다. 현악 4중주를 위한 이 작품에서는 느리고 긴 선적인 흐름과 짧은 단편, 격렬한 움직임 등이 대비를 이루며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정적인 그림자의 생성과 이동, 시를 통해 받은 여러 가지 감정을 다양한 움직임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한다. 현악합주를 위한 작품으로 작곡되어 2021년 화음챔버 오케스트라에 의해 초연되었으며 이번 연주를 위해 현악 4중주로 개작하여 연주하게 되었다고 했다.

(연주시간 : 12)

 

오래된 그림자 


박문경

 

하루 종일

가만히 앉은 그림자를 따라

고개를 기울인다

 

시계 바늘은

흐린 눈동자에 진 깊은 그늘 속에 머물고

등 뒤에 그림자도 맴돈다

 

점점이 쌓인 시간의 흔적은

빈 의자 위에

오래된 그림자로 빼곡하다.

 

여린 하모닉스로 곡을 시작하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여린 하모닉스로 시작하는 소리가 그림자를 비추는 빛을 연상하게 했다. 여린 하모닉스로 시작해서 비올라의 솔로, 현악사중주의 뚜띠 연주 등을 사용하여 대비를 이루며 시를 표현 하고 다양한 감정 상태의 변화도 잘 표현한 것 같다

 





베이스클라리넷과 바이올린을 위한 화풍 (2021)

엄세현 (한국여성작곡가회)

 

1악장 '동빙한설' 은 살얼음 속 매서운 바람과 눈보라가 치는 추운 겨울을 그린 곡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막막함과 어두운 현실로 인한 좌절 그리고 어느새 그 안에 갇혀버린 삶. 그럼에도 여전히 봄에 대한 기다림을 표현했다고 한다. 2악장 '화풍난양' 은 긴 겨울을 지나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봄, 부드럽고 화창한 바람과 따스한 햇빛, 그리고 만개한 꽃들을 한국적이고 미니멀한 아이디어를 통해 묘사했다. '화풍' 은 솔솔 부는 화창한 바람을 일컫는다고 한다.

 

1악장과 2악장의 음악적 대비 뿐만 아니라 조명을 통해 대비를 이룬 것이 인상적이었다. 1악장은 어두운 분위기로 조명의 톤을 최대한 다운시켰고, 2악장은 밝은 조명을 사용해 1악장의 매섭고 추운 겨울, 2악장의 따뜻한 봄의 시작의 대비를 청각적으로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대비를 주었다. 바이올린 피치카토 주법을 마치 가야금 소리 처럼 들리게 표현해 한국적인 이미지를 표현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1악장이 끝나고 2악장이 시작되면서, 춥고 매서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이미지가 머리속에 연상되어 졌다.

(연주시간 : 8)

 





바이올린, 클라리넷, 피아노를 위한 그녀의 조각들 (2021)

유호정 (작곡21)

 

"한 사람의 내면에는 어떤 모습이 있을 것인가. 혹은 그를 구성하는 단편들은 또 무엇일지, 'Pieces of a Woman' 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은 갓 출산한 딸을 안았을 때 사과냄새가 났다는 말을 한다. 또한 딸을 먼저 보낸 후 실의에 빠졌다가, 발아한 사과씨앗을 보며 삶이 계속될 것임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씨앗은 커다란 사과나무로 자라난다. 영화의 그녀에게서 사과란 딸에 대한 기억의 조각이자, 삶의 한 조각으로 남은 것이다." 

-작곡가 유호정

 

작곡가는 지금까지의 나는 어떤 조각들을 가지고 있을 것인지 생각하며 곡을 구성했다고 한다. '계속해서 움직이는 리듬 속에서 영화 'Pieces of a Woman' 의 여주인공처럼 내게 남아있는 단편들을 떠올리고 그려본다면 내가 기억하고자 하는 단 하나의 조각을 찾을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며 작곡 했다고 한다.

 

피아노의 빠른 베이스 리듬 진행으로 곡이 시작하여 머리속에 정말 연주회를 보러 오기 전,인생의 앞 시점이 연상되어 졌고, 느린 페세지, 클라리넷과 바이올린의 뚜띠 진행 등등 많은 곡의 진행들이 내 인생의 기억의 조각들, 슬펐던 순간들 그리고 지금 생각하면 힘들었지만 잘 이겨낸 순간들 등등 많은 기억의 조각들을 연상하게 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연주시간 : 7)

 





Guilty Pleasure for Violin, Viola, Cello and Piano (2021)

정재은 (21세기악회)

 

"중학생 때 친구네 집에 숙제를 하러 갔다가 엉뚱하게 영화 Top Gun을 봤던 일, 독서실에서 매일 밤 1010분이 되면 이문세의 별밤을 숨죽여 듣던 일, 3말 수능 직전 밤늦게 독서실에서 돌아와서 가족들이 잠든 사이 거실에서 오빠가 빌려놓은 영화 The Firm을 봤던 일. 지금 생각하면 소소한 일들이지만 그 당시 나에게는 그 어떤 영화의 장면보다 스릴 넘치고 두근거리는 일탈이 아닐 수 없었다. 비록 우연히 겹치게 된 그의 작품들이었지만 지금도 탐 크루즈를 믿고 보는 배우로 생각하는 점과 어쩌다 밤 1010분을 마주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퍼지는 것을 보면 그 때의 Guilty Pleasure는 참으로 달콤했었나 보다."

-작곡가 정재은

 

곡 중간 피아노가 온음음계를 연주하는데 현악들은 뚜띠로 DM의 종지 (5- 1) 화음을 연주하는 부분이 신기했다. 곡 제목처럼 은밀한 즐거움을 표현한 것 같았다. 피아노는 소리가 현대적인데 현악들은 마치 바로크 시대의 실내악을 듣는 것 같은, 정말 은밀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곡이었다.

 

()한국작곡가협회와 그 산하 단체들이 주관하는 연주회는 Youtube로 다시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작곡제전을 참관하며, 다양한 곡들과 작곡가들의 표현, 생각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빨리 코로나가 종식 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연주회를 즐기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

 

 



()한국작곡가협회 제 8

기자단 김민지



https://blog.naver.com/tlsthd1131/22269012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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