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2022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III >- 박소은 기자 > 작협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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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협기자단

[리뷰]<2022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III >- 박소은 기자 2022-10-07 126

지난 928(수요일) 오후 730, 일신홀에서 <2022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III>이 열렸다.

'대실작'(=대한민국 실내악 작곡 제전)은 연주회와 연주회에 앞서 당일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를 돕는 세미나로 구성되는데 이번 세미나는 이정연 작곡가의 작품 설명과 백은실 음악학자의 "현대음악, 현재(現在)를 연주하다."라는 주제의 연사로 진행되었다. (아래 링크 참조)

-세미나 링크 1 (연사: 이정연https://www.youtube.com/watch?v=8p25yeJP20c

-세미나 링크 2 (연사: 백은실https://www.youtube.com/watch?v=DyePo9dW1Ig

 

작곡가 이정연은 이날 연주되었던 자신의 작품 <Anything but Ordinary II for Clarinet, Violin, Cello and Piano(2021)>을 소개했다. "평범하지 않은 모든 것"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 작품은 팬데믹 이후,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특별함의 연속이며 세상만사가 기적이라고 믿는 작곡가의 신념이 담겨있는 두 번째 작품이며 코로나 이전의 일상-2020년 팬데믹을 맞이한 일상-2021년 팬데믹에 익숙해진 삶, 이렇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곡가는 이 작품에서 코로나 이후 일상의 희로애락을 표현함과 동시에 시작과 끝부분에서 모든 이에게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한다.

작곡가의 의도가 작품에 잘 드러났던 것일까. 작품을 떠올려 보면 반복되는 일정한 리듬 패턴과 에너지, 그리고 정체되어 진행되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이 부분은 들으며 작품의 중간 부분을 담당하는 '2020년 팬데믹을 맞이한 일상' 부분이겠구나 싶었다. 작품 속에 표현된 희로애락을 찾으며 듣는 재미가 있었는데 필자의 생각보다 '' 부분이 빨리 나오고 이 부분이 길어진다고 느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니 작곡가는 코로나로 인해 오랫동안 침체되어 있는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이와 같은 구성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곡가는 어린이를 위한 작품, 대중과 소통-공감을 할 수 있는 작품에 관심이 많고 앞으로 이러한 키워드를 바탕으로 활동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 또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이 남녀노소 누구나 마음의 위로를 얻는 것이라고 한다. 작곡가의 의도대로 작품의 전반적인 밝은 에너지는 우리의 지친 일상에 위로를 건네주지 않았나 싶다.

음악학자 백은실은 "현대음악, 현재(現在)를 연주하다."라는 주제로 연사를 하였다. 대실작III에서 발표되는 여섯 명의 작곡가의 작품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다루었고 전반적인 프로그램을 작곡가와 현재의 교감에 초점을 맞추어 풀어내었다. 작품 해설을 보며 궁금증을 가졌던 부분들은 세미나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되었고 연주를 듣기만 해서는 알기 어려웠던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과 작품 분석을 들으며 작품과 작곡가를 깊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이날 1부와 2부 연주 시작 전, 연주할 작품들에 대한 소개로 연주회가 진행되었는데 작품 해설만 읽고 연주를 듣는 것보다 연주 바로 전 다시 한번 말로 설명을 들으니 연주에 대한 집중도가 더욱 높아졌다.

임 승 혁 (한국전자음악협회)

작곡가 임승혁의 <짧아짐 V for Violin and Live audio-visual media(2021)>'Delay가 짧아짐'이라는 아이디어로 작곡된 시리즈 중 다섯 번째 작품이다. 전자음악에서 지연(delay)은 소리나 영상이 녹음, 녹화되고 다시 재생되는 과정을 뜻하는데 작곡가는 바이올린의 소리와 영상 미디어를 활용하여 '지연'에 대해 풀어내었다.

이 작품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8개의 scene이다. 작곡가가 작품 속에 설정한 8개의 부분이 있는데 곡이 진행되며 지연되는 단위에 변화가 생긴다. 작곡가는 재생되는 속도, 음량, 횟수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전자음악의 특성을 사용하여 곡이 진행될수록 청자로 하여금 편성이 변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도록 하였다. 1부분에서는 delay 없이 진행되고, 2부분부터는 8'', 4'', 2'', 1'', 0.5'', 0.1'', 0.1'' 이렇게 지연이 짧아지며 8개의 부분으로 나아간다. 이로 인해 8개의 부분 동안 바이올린 독주부터 팔중주에 이르는 실내악을 음향을 경험할 수 있다. 지연되는 소리뿐만 아니라 영상 미디어의 역할도 연주에 집중도를 높이는데 한몫하였다. 무대 위의 스크린의 왼쪽에는 실시간, 오른쪽에는 지연되는 영상이 동시에 송출되며 이 작품이 작곡가에 의해 실시간으로 제어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어쩌면 코로나 시대에 안전, 경제적으로도 현 상황에 가장 적합한 작품이지 않았을까 싶다.

양 진 경 (신음악회)

작곡가 양진경의 <플루트와 가야금을 위한 비대면 사회(2021)>는 동서양의 악기를 하나씩 선택하여 새로운 방식의 소통을 표현하였다. 낯설지만 조금씩 적응해가며 불편하지만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요즘의 우리 모습과 노력이 담긴 현시대상을 반영한 작품이라고 한다. 서양의 관악기인 플루트와 동양의 현악기인 가야금의 조합은 작곡가가 집중한 '소통'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낯설게 느껴지는 두 악기가 서로 선율을 주고받으며 진행되고, 하나의 선율을 만들어가며 마침내 두 악기의 선율이 합쳐진다. 이는 작곡가가 말한 소통 그리고 조화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까지도 느낄 수 있다


박 케 빈 (뮤지콘)

작곡가 박케빈의 <Shelter from Sorrow(2021/2022)>는 피아노 건반 중에서도 3옥타브 정도의 가운데의 일부 음역대만을 사용하였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긴 음가의 지속음과 그 위에 쌓이는 2~3도 간격을 이루는 음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의 구성음은 하나의 단위를 형성하여 진행되는데 C 음으로 시작하여 주변 음으로 나아간다. 이는 작곡가가 이 작품에서 굉장히 절제된 방식을 사용하여 미세한 변화를 통해 작품을 진행시키고자 하였던 것을 느낄 수 있다.

작곡가는 '슬픔으로부터의 휴식', 이 작품에서 고통스러운 절망의 순간에 있는 우리를 음악으로 위로하며 동시에 오늘날 이 시대가 겪고 있는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시작 부분부터 끝부분까지 굉장히 느린 템포로 진행되는 이 작품의 특성상 청자는 한음 한음에 집중하여 감상하게 되는데, 멈춰있는 듯한 음악의 진행을 통해 정체되어 있는 현실이 투영되어 나타나고 우리에게 슬픔으로 다가온다.

이 현 주 (소리목)

작곡가 이현주의 <현악사중주를 위한 여전히 멀리 있는(2020)>'낯설게 하기'라는 아이디어로 작곡된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으로 르네 마그리트 작품 안에 나타난 '소외 효과(Verfremdungseffect)'와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2(휴머니스트, 2003)에서 풀이하고 있는 '낯설게 하기'에 기반을 두었다고 한다.

'낯설게 하기'란 관객에게 현실의 친숙한 주변을 생소하게 보이게 하는 기법으로 관객에게 작품을 낯설게 하는 효과를 갖는다. 작곡가가 영향 받은 르네 마그리트는 자신의 작품에서 난로, 과일, 쟁반, 나무, 사과, 유리잔, 구두... 등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 사물들을 고립, 변경, 잡종화, 크기의 변화, 이상한 만남, 이미지의 중첩, 역설의 방법 등을 사용하여 '늘 거기에 (방치되어) 있는' 그것들에 시선을 모으게 하였다.

작곡가는 이 방법에서 영감을 얻어 '낯설게 하기'를 음악으로 해석하였다. 작품에서 작곡가가 이 방법을 풀어내는 데에 사용한 도구는 '생일 축하 노래'였다. 노래의 음정, 음역, 텍스처, 음역을 변화시키고 낯선 문맥 안에 섞어 놓거나 잘게 부수어 흩어 놓기도 하는 방식의 단락들이 총 8개의 변주로 전개되며 우리에게 일상적인 '생일 축하 노래'를 굉장히 낯설게 만들었다.

우선 굉장히 익숙한 소재가 작품에 드러나는 만큼 작품 속에 어떻게 녹아들지 기대되었다. 인용된 첫 부분 외에는 선율이 급선회하며 진행돼 인용이 된 사실을 몰랐더라면 '생일 축하 노래'를 떠올리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작품을 감상하며 과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잘게 부서진 조각들이 한데 모여 큰 조각이 될지 아니면 어떤 방법을 통해 마무리될지 궁금증을 가지며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일상의 익숙함 때문에 우리의 집중과 몰입에서 배제된 소재를 인위적으로 고립시키고 뒤틂으로써 다시 우리의 인지와 의식 속으로 되찾는 작업을 시도한 작곡가의 노력이 관객에게도 충분히 전해졌다.

김 용 진 (원로작곡가)

작곡가 김용진의 <현악오중주를 위한 비가(悲歌)(1976)>는 약 45년 전 만들어진 작품이다. 콘트라베이스의 하모닉스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현악기의 다양한 주법을 만날 수 있다. 작곡가의 음색에 대한 관심이 잘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특히 작품을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현악기의 하모닉스 주법은 잘 짜인 음색을 바탕으로 섬세하게 진행되었고 이는 마치 관악기의 연주를 듣는듯한 느낌을 받으며 인상 깊게 감상했다. 섬세하게 울려 퍼지는 현악기 소리의 융화는 작품의 제목인 '비가(悲歌)'를 온전히 드러내고 있다. 현악기의 음향이 우리에게 위로를 전해주며 '청중과 공감하는 현대음악'이라는 작곡가의 사상이 표현되었고 연주회의 프로그램 중 가장 오래전에 만들어진 작품임에도 현재의 작품들과 잘 어우러져 관객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왔다

대실작III에서 발표된 작품의 연주 영상은 추후에 유튜브-한국작곡가협회 채널에서 다시 감상할 수 있으며 연주 영상을 통해서도 '현재를 연주하는 현대음악'을 충분히 마주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뒤이어 1026일에 진행될 대실작IV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https://blog.naver.com/soeun3653)

() 한국작곡가협회 제 8기 기자단

박 소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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