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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협기자단

[리뷰] <2023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I> - 임윤정 기자 2023-04-07 154

대한민국 공연예술제 (우수공연예술제)

2023 KOCOA Music Festival

 임 윤 정 기자


2023322, ()한국작곡가협회에서 주최한 2023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에 다녀왔다.

이번에 연주된 작품들은 2022년도에 있었던 ()한국작곡가협회의 다양한 산하단체 주체 연주회에서 주목을 받아 추천된 작품들이다.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진행된 연주회는 오후 730분부터 시작하여 인터미션 시간을 포함해 약 2시간가량 진행되었고, 연주회 이전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초동 교사에서 이루어지는 작곡제전 세미나에 참석할 수 있었다세미나에서는 작곡제전에서 연주되는 곡에 대한 분석, 해석, 설명 등을 들을 수 있었고, 곡의 작곡가에게 직접 질의응답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참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세미나가 끝나자마자 리사이틀홀로 이동해 곡을 감상하였다아래는 내가 곡을 들으며 느낀 개인적인 감상과 견해이다.

  

한대섭 - 바이올린 독주 Wind Waves 

곡의 시작은 멀리서부터 아주 조용하게 불어오는 바람.

바람을 표현하는 이 곡 안에 청자는 무수한 가능성을 품을 수 있었다. 새가 되어 잔잔한 산들바람 속을 노닐며 날아다닐 수도 있고 돌풍이 치는 날카로운 바람에 베이며 꺾이지 않으려 안간힘 쓰는 나무가 될 수도 있는 곡이었다.

확실한 것은 곡의 주제인 '바람'에 맞게 750초 동안 굉장히 많은 종류의 바람을 바이올린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바람의 형태, 세기, 종류를 청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 바람이 부는 상황의 배경이 영상처럼 머릿속에 그려졌다. 이러한 감상과 별개로 나는 곡을 들으며 바이올린 개방현의 사용 빈도가 많다고 느꼈는데 나는 그 점 역시 바람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여 기억에 남았다.

 

박현숙 - 해금, 가야금, 타악기와 피아노를 위한 시간의 기억-놀이1

한국인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선율을 모티브로 쓰여진 곡이다. 맨 처음에 피아노 연주자가 선율을 연주하고, 해금, 가야금, 타악기 연주자가 선율에 맞춰 실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며 조심스레 자신의 자리로 가는 연출이 재미있었다.

곡은 해금, 가야금, 타악기, 피아노가 모티브 선율을 연주하며 서로 얽히기도, 단절되기도 하며 진행되었는데, 시시각각 변하는 빠르기와 음색이 한번에 몰아칠 때에는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힘있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에 친구들과 공터나 놀이터에 모여서 즐겼던 추억의 놀이들을 생각하며 감상하니 더욱 와닿는 곡이었다. 어른이 된 지금 어린시절을 추억하면서 듣기에 더없이 좋은 선택이다.

 

진희연 - 첼로 독주 위로 

곡을 듣기전 부터 이 '위로'라는 곡의 제목에 첼로가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중후 하고 묵직한 저음의 음색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첼로는 연주자가 품에 안고 연주하는 악기이기 때문이다.

동화 작가 전이수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이 곡은 작품 소개에 쓰여있듯 4개의 현이 서로 위로하고 지지하듯 어우러져 소시를 같이하며 음악을 구성해나간다. 전체적으로 곡이 빠르지 않고, 듣다 보면 점차 마음이 편안해지는 선율에 나는 자연스레 '이 곡이 건네는 위로는 듣는 사람에 맞추어서 다르게 다가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 하는 위로가 아닌 선율을 통해 하는 위로이기 때문에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심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지지해 줄 수 있는, 따뜻한 비언어적 위로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상대에게라도 조용히 건넬 수 있다는 것이다.

독주곡이다 보니 연주자의 표정, 움직임에 절로 눈이 갈 수밖에 없었는데, 곡에 맞춰 실제 누군가를 위로하듯 건네는 다정한 선율과 몸짓이 공연장 안의 사람들에게 큰 힐링이 되었다.


김지현 - 판소리와 6중주를 위한 춘향의 말

우리가 살면서 판소리를 실제로 접해볼 일이 얼마나 있을까? 접한다 하더라도 따분하거나 지루하게 생각하지 않고 곡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서양악기와 국악기의 조화와 노랫말로 흥미를 유발하고 마음을 사로잡는다. 노래는 도련님에 대한 사랑, 이별의 아픔,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춘향의 의지 등 그녀의 감정 변화를 나타낸다. 특히 기억에 남는 점은 곡의 중간에 정주라는 특이한 국악기가 등장했던 것인데, 마치 쇠 밥그릇같이 생긴 악기가 조용한 공연장을 신비로운 소리로 매운다. 공기에 울려 퍼지는, 무언가 공명하는 듯이 몽환적인 소리에 맞춰 부르는 춘향의 노랫말은 춘향이 담고자 하는 말과 감정을 전달하기에 효과적이었다. 원래는 무용까지 있는 곡이지만 이번 작곡제전에서는 무용 없이 연주되었는데, 다음에는 꼭 무용까지 같이 감상하고 싶다.

 

이재구 - 비올라 독주 놀이(의 이유)

우리가 어릴 때에 하던 놀이들을 떠올려 보면 항상 승자와 패자가 나뉘었다. 얼음 땡이나 술래잡기, 경찰과 도둑, 지옥 탈출 등은 술래가 누군가를 잡으면 이기고 잡지 못하면 지는 방식이다. 놀이가 아닌 게임에서도 승자와 패자가 명명백백히 가려진다. 이 곡은 이러한 '놀이'라는 개념을 고찰하여 새로운 답을 제시했다. '승자와 패자가 없는 놀이는 가능할까? 가능하지 않다면, 그 둘 사이에 우열이 없고 함께 행복해하며 환희와 희열을 나누는 새로운 놀이를 꿈꿔 본다.'

곡은 비올라가 보여주는 여러 모습과 소리들에 그 내용이 담겨있는 것만 같았다. 비올라의 소리가 통통 튀기도 했고, 묵직하게 현을 긋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놀이는 승패를 가리기 위함이 아닌 모두가 즐기기 위해서 있는 것이라는 것을 전하듯이 한 대의 비올라가 많은 모습으로 연주되며 진행되었던 곡이었다.


남정훈 - 플루트, 클라리넷,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를 위한 Melos

이 곡은 현대음악적인 느낌이 강했다.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선율과 현대적 기법들이 불규칙함을 만들어낸다. 곡의 제목인 멜로스는 멜로디의 전신이며 작곡가는 '고대 그리스 시의 운율과 음고가 더해져 음악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시의 자연스러운 호흡이 아닌 작곡가가 인위적으로 정한 불규칙한 호흡을 대입하여 작품의 전반적인 형식을 만들었다'고 설명하였다. 꼭 정해져있는 박자와 아름다운 선율만이 예술은 아니다. 선율의 선이란 곡선이 될 수도 있고, 점선이 될 수도 있다.


https://blog.naver.com/ellapalslab5/223067743542

2023년 제 9기 작협기자단 임윤정 기자 (ellapalslab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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