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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협기자단

[리뷰] <2023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II> - 김이현 기자 2023-07-08 141

<2023 KOCOA Music Festival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

김이현


지난 2023년 5월 31일 오후 6시에 시작한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세미나  ‘음악적 상상, 보는 음악과 듣는 음악’에는 음악학자 강서희, 작곡가 이의진 연사가 함께했다.

이날 오후 7시 30분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되는 2023 KOCOA Music Festival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프로그램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귀중한 자리인 음악적 상상, 보는 음악과 듣는 음악’ 세미나는 작곡가와 음악학자가 작품을 해설하는 관객으로서 놓칠 수 없는 프로그램이며, 세미나를 통해 관객은 작품을 분석하고 또한 실제로 연주될 무대를 예상하는 큰 기대감 품을 수 있게 된다.

강서희 연사는 이날의 연주회를 직접 보여주지 않아도 관객은 자신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전했다. 소재와 서사가 분명한 2023 KOCOA Music Festival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Ⅱ 프로그램의 몰입도를 기대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문장이었다.

특별히 원로작곡가 김순애 작곡가의 사랑, 사월의 노래를 두고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성악곡 유산을 남김으로서 덕분에 대한민국이 문화를 누릴 수 있었다고 덧붙였으며, 이는 과거 한국땅의 황무지를 상상하고 또 현재까지의 발전을 돌아볼 수 있는 음악적 상상을 넘어 역사/문화적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연주회를 기대하게끔 하였다. 또한 동시대의 음악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더 나아가 미래까지 그려보는 시간을 기대하게 하였다.


박은경 (미래악회) | 피아노 독주를 위한 운용 (Pf. 이은지)

피아노의 타악기적 활용과 인사이드 요소가 첨예하게 구성된 Intro는 흐르는 건반 선율그리고 동음 연타(C음)의 또 다른 요소와 결합하여 서로 대비를 이룬다. 초저음과 초고음을 작은 악상으로 동시에 연주하는 중반부는 청자에게 흥미를 선사하며, 요소와 요소 사이에 존재하는 여유가 다음으로는 어떤 표현이 흘러나올지 기대를 하게 한다. 피아노의 타악기적 연주기법은 처음과 끝에 등장하며 수미상관의 구조를 이루어 청자로 하여금 보다 높은 몰입도를 불러 일으킨다. 다양하게 추출된 소리는 우리가 어떤 식으로 소리의 존재를 지각할 수 있는지 함께 연구하게끔 하고, 작품에 나타나는 지각되는 객체로서의 질감과 색채, 음향의 양감을 함께 추적하게 한다. 그렇게 소리의 특징을 따라가 보면 어느새 음악이 끝난 그 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것만 같은 소리를 느끼며 관객은 음악의 마무리를 음미할 수 있다.


문지은 (뮤지콘) | 두 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연습, 실험 (Vn.1 김유경 / Vn.2 박신혜 / Va. 변정인)

강렬한 음색으로 시작하는 연습, 실험은 순식간에 관객을 압도한다. 음악이 진행되면서 Vn.1와 Va 같은 음형을 연주하며 그 위에 Vn. 선율이 얹어지는데 이러한 밀도 있고 집요한 구성은 곧이어 구성면에서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날카롭고 강한 트레몰로 패시지에 이어서 pizz.가 등장하고, 사이렌 소리를 연상케 하는 인상적인 Bending unison이 계속된다. 하강하는 gliss.는 중반부에 들어서 돌연 따뜻한 Vn.1 선율로 이어지는데, 공간을 채우는 따뜻한 바이올린의 선율은 놀라움을 자아낼 정도의 환기를 일으킨다. 신비로운 감상과 체험을 불러일으킨 패시지를 지나면 강하고 거친 gliss.로 다채롭게 마무리한다.


이복남 (동서악회) | 고려가요 주제에 의한 2개의 노래 : 송인(送人)_<서경별곡>, 색 • 계(色 • )_<쌍화점>

무용: 권용상, 송한나 소리: 김도현 / 해금허윤재 가야금: 이해정 타악: 이상경 생황: 정규혁

생황과 소리로 시작하는 송인(送人)_<서경별곡>은 가야금, 장구, 해금이 점진적으로 추가되는 형식을 띈다. 가사의 진행에 따라 겹겹이 층을 이루는 음색들이 화자의 감상을 마치 관객 본인의 정취처럼 가까이 느끼게끔 돕는다.

전통적인 한국적 움직임이 아닌 역동적인 무용과 결합한 점이 흥미로웠던 색계(色戒) _<쌍화점> 역시나 무용과 음악의 결합이 다채롭게 무대를 연출했다. 모든 악기가 꽉 채운 소리는 무용과 음악의 균형을 잘 잡아낼 수 있었고, 원색적인 가사만큼이나 연극적이고 실험적인 무대는 귀로만 가사의 시상으로 관객이 몰입하게 한 서경별곡과는 달리 듣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을 모두 관객에게 선사한다.


박명황 (향신회) | 알토 색소폰과 피아노를 위한 실례지만 지금 불타고 계십니다 (A. Sax. 김대훈 / Pf. 박명황)

빠른 템포의 복잡한 피아노 연주와 왼손 저음의 워킹베이스, 색채적인 피아노 솔로파트 그리고 이어서 등장하는 A.Sax. 솔로파트 등의 다채롭게 만들어진 작품에서는 유니크한 작곡가만의 세계를 느낄 수 있었다. 작품 설명에서 엿볼 수 있듯이 역동적이고 젊은 에너지의 실례지만 지금 불타고 계십니다는 마치 산책을 하면서도, 운동을 할 때도 어쩌면 기분을 환기 시키고플 때에도 친숙하게 들을 수 있을만큼 유머 코드가 탁월한, 누구에게든 다가가기 좋은 현대음악으로 손색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의진 (작곡동인 델로스) |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길 위에서 (Va. 변정인 / Pf. 이은지)

각 악기의 반복적 패시지로 묵직하게 다가오는 Intro는 악상을 증폭시키며 발전한다. 반복과 tremolo/pizz./accel. 등의 변형, 그리고 리듬적 반복은 불안과 긴장으로 관객에게 누군지 모를 화자의 감상을 동일하게 느끼게 한다. 다채로운 변형이 인상적인 길 위에서는 점차 발전해 거대한 울림으로 알 수 없는 긴장과 감정, 그리고 감각으로 비로소 눈 앞에 등장한다.


강미정 (한국여성작곡가회) | 플루트, 첼로, 북, 피아노를 위한 꺼래이 (세계초연) (국악 타악기 정부교 Fl. 최현명 / Vc. 김홍민 / Pf. 김보경)

Pf.와 북의 배경에 Fl.과 Vc.의 주선율이 함께 등장한다. 특히 그 중 첼로의 선율이 순이의 심정을 담아내는 듯 들린다. 상황이 눈 앞에 그려지는 듯한 음악의 흐름은 피아노의 옥타브 반음계 하행부분에 이르러 시베리아의 혹한과 찬바람을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지게 한다. 열악 상황에 대한 설움과 인물의 고단한 감정이 이미지화 되어 눈 앞에 되살아나듯 했다. 곧이어 등장하는 Major 진행에서는 생명이 꿈틀거리는 듯한 느낌을 환기시켜 순이의 희망과 의지를 상상하게 만든다. 영화적 진행이 돋보이는 꺼래이 그렇게 보이는 음악을 귀로 선사한다.


김순애 (원로작곡가) | 가곡 사랑, 사월의 노래 (Sop. 장지애 / Pf. 이은지)

변성대리확장증6화음 등의 화음을 이용한 사랑은 오묘한 빛깔을 나타낸다. 한국적인 피아노 선율에 선법이 어우러져 더욱 충만한 음향을 내뿜는다. 반복적인 피아노의 윗 선율 motive와 화성변화가 묘미인 작품이다. 사월의 노래는 3도 선율이 한국적으로 다가와 따뜻한 감상을 느끼게 한다. 확장화음이 서정적이고 슬픈 정취를 자아낸다는 작품 해설처럼 가슴 한 켠이 아려오는 감상을 선물한다. 사람의 목소리뿐 아니라 피아노도 함께 노래하는 듯 조심스럽고 애달프게 주고받는 특징이 인상적이다.

 

2023 KOCOA Music Festival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는 나름의 방식대로 시대를 반영하고 그를 음악적이고 연극영화적으로 묘사한 프로그램으로 가득했다. 저마다의 감상과 특별한 정취가 가득한 초여름의 연주회로 존재한 이번 연주회는 비로소 청중의 감을 촉발시키는 시도들과 다채로운 실험들로 관객의 감각을 깨우고, 상상력을 자극했다. 무엇보다 원로작곡가 김순애 작곡가의 작품과 같이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는 시대적 창작물과 실험적이고 감각적인 현시대 작곡가의 작품들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소중한 기획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한국 작곡계의 과거, 뜨거운 현재 그리고 밝은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https://m.blog.naver.com/yistring/223148841481 

9기 작협기자단 김이현 기자 (kimyihyeon3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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