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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23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III> - 김이현 기자 2023-10-05 103

<2023 KOCOA Music Festival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


김이현 

 

 지난 2023년 9월 6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 전당에서 2023 KOCOA Music Festival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이 개최되었다. 프로그램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세미나 ‘“유무상생(有無相生)” – 같이 또 따로의 가치에는 김지은 연사와 오예민 작곡가가 함께했다. 세미나를 통해 관객은 작품을 분석하고 또한 실제로 연주될 무대를 예상하며 2023년 대한민국실내악작곡제전 세 번째 연주회를 기대할 수 있었다.


이윤경 (21세기악회) | Soltaire et Solidaire (고독하지만 연대하는) for Bass Clarinet, Violin & Cello (B.Cl. 김욱 Vn. 김주은 Vc. 김진경)

저음부의 묵직한 클라리넷 반음계 상승 Intro는 고음역대의 선율적 진행으로 이어진다. 이어 등장하는 Vn.과 Vc.의 gliss. 는 서사적 긴장을 더해준다. 현악기의 브릿지 연주(sul ponticello)는 서사적 연출로서 탁월한 기법이었으며, 리드미컬하고 선율적인 클라리넷 독주는 마치 당황스러운 당대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는 듯했다. 작품 중반부 연주자들의 “Pest!” 외침은 분위기를 순식간에 환기시켰고, 수직화성적인 파트가 이어지며 곧이어 Vc.의 느슨하고 강렬한 pizz. Cl.과 조화를 이룬다. 소설에서 기인한 작품인 만큼 요소가 다양했던 Soltaire et Solidaire (고독하지만 연대하는)는 고음역의 하모닉스로 마무리하며 작품의 제목처럼 고독하지만 연대하는 장면을 그린다. 

설수경 (ACL-Korea) | Coexistence for Solo Celo (Vc. 박재은)

다양한 주법과 요소가 혼재하는 Coexistence for Solo Celo는 다양한 가치들을 공유하는 삶처럼 공존에 대해 이야기한다. 간간이 등장하는 음계와 pizz./gliss./하모닉스는 집요하게 엮여, 공존하는 삶 가운데 균형을 잡으며 살아가려 애쓰는 모습을 몰입도 있는 모습으로 촉발시킨다.


임현경 (한국여성작곡가회) |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를 위한 이음 (Va. 이희영 / Vc. 최지호 CB. 서민수)

하강하며 강해지는 Spicato unison은 리듬음정적 변화로 이어지며, 더블베이스의 선율 상승을 통해 점진적으로 마무리한다. 음의 겹침은 음향적이고 음색적인 변화에 집중하게 하며, 후반부의 PP 악상의 Jute unison은 관객으로 하여금 높은 몰입도를 이끌어 낸다. 질감과 요소 변화를 표현함에 있어 더할 나위 없이 탁월한 편성이었던 이음 특히나 콘트라베이스가 울림을 선사하며 작품에서의 연결의 의미를 잘 전달한다.


오예민 (한국전자음악협회) Ironic Sounds for Snaredrum, Live Video and Electronics (Perc. 문지승)

스네어드럼과 전자음향, 그리고 라이브 비디오라는 연결성이 짙은 편성의 Ironic Sounds는 존재하는 악기(아날로그 악기)와 존재하지 않는 악기(Electronics)를 사용함으로서 모호성에 대한 풍자를 시도한다. 이때 동시에 관객은 보이는 요소(Live Video) 또한 악기로 작용했음을 짐작하며 모호성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정형성에 갇히지 않으려는 작품의 시도는 마치 새로운 제 3의 모습으로 존재와 비존재의 결합을 선보인다.


남진 (주창회) | 플루트와 25현 가야금을 위한 슬레이트 지붕 위의 오동나무꽃 (Fl. 허정인 가야금 유현문)

플룻과 가야금이라는 이색적인 조합은 선율적 요소를 조화롭게 주고받으며 관객에게 신선함을 선사한다. 2악장에 들어서 등장한 패턴이 리듬주법의 변화로 이어져 변형발전하고, 이는 전통적 요소와 현대적 요소가 적절히 섞여 조화로움을 선사한다. 3악장 Fl. 바람소리는 여운을 주며 작품을 마무리하고슬레이트 지붕 위의 오동나무꽃의 공간적 정취를 물씬 느껴지게 한다.


김정길 (원로작곡가) | Fünf Stücke für Bläserquintett (1973) (Fl. 오병철 / Ob. 이현옥 / Cl. 김민욱 / Hn. 김형일 / Bn. 이민호)

제 1곡의 집요한 선율과 치열한 구성은 각 악기의 음색을 보다 돋보이게끔 한다. 제 2곡은 리드미컬한 요소를 앞세우며, 제 3곡은 점묘적 기법의 짧은 요소와 헤테로포니의 긴 요소들이 주를 이룬다. 흡입력과 구성력이 돋보이는 제 4곡은 요소간의 대비를 보이며, 각 악기의 특색이 특히나 잘 표현된 제 5곡은 목관 5중주라는 편성의 효과를 극대화하며 작품을 마무리한다.

 

이번 2023 KOCOA Music Festival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은 과거와 현재 한국 창작음악 작곡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함께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공존, 연결, 갈등 혹은 새로움과 같은 다양한 가치를 내세우며 관객과 교감한 이 날의 작품들은 여름과 가을 사이에서 각자 저마다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소중한 매개체로 자리하였다.

 

https://blog.naver.com/yistring/223228127535 

9기 작협기자단 김이현 기자 (kimyihyeon3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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