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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협기자단

[리뷰] <2023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III> - 유은비 기자 2023-10-05 90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 제전 III

 

유은비

 

지난 9월 6일, 한국 작곡가 협회에서 주관한 23년 제3회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 제전이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에서 공연되었다. 이번 연주회는 유무상생(有無相生)- 같이 또 따로의 가치라는 주제로 공연되었다. 연주회 직전에는 작품들의 깊이 있는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캠퍼스에서 작곡 제전 세미나도 개최되었는데, 음악학자 김지은과 작곡가 오예민이 연사하였다. 곡에 대한 자세한 분석과 해설이 이루어짐과 더불어 작곡가에게 직접 질의응답 하며 청중과 작곡가가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날 연주된 곡은 총 6곡이었는데, 연주된 곡들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윤경 (21세기 악회) 

l  Solitaire et Solidaire (고독하지만 연대하는)  l  for B.Cl, Vn, Vc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된 이 곡은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작곡가는 개인은 고독하지만, 함께 연대해야 한다는 궁극의 사랑과 실천이 재앙이 닥친 현실에 더욱 절실함을 느꼈다고 해설을 남기며 책의 문학적 표현을 음악으로 나타내고자 하였다. 이러한 작곡가의 의도를 알고 곡을 감상하면 음악의 어느 부분이 무엇을 나타내려 한 것인지 상상하며 들을 수 있는데, 특히 곡의 중반부에는 모든 연주자가 연주를 멈추고 “pest”라고 직관적으로 말하며 주제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설수경 (ACL- Korea

l  Coexistence 
 l  for Solo Vc

대립이란 서로의 다름이기도 하지만 공존했을 때, 사실 서로를 더욱 드러내게 한다.’ 작곡가는 공존이라는 주제를 서로 대립하는 두 가치의 공존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였다. 규칙성과 불규칙성, 음역의 높고 낮음, 두꺼운 텍스쳐와 얇고 가벼운 텍스쳐 등 서로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빠른 장면전환을 통해 음악을 전개해 나갔다. 첼로의 다채로운 현대주법을 이용한 음색의 변화에 집중하여 곡을 듣다 보면 어느샌가 양립한 가치들이 공존하는 삶 가운데 균형을 잡으며 살아가려 애쓰는 작곡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임현경 (한국여성작곡가회) 

l  이음  l  for Va, Vc, Cb

 

이음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주로 생각하는 연결한다의 의미를 가진 이음이고, 나머지 하나는 음악적 용어로 사용되는 (異音), 의미의 차이는 없지만 위치에 따라 약간 다르게 들리는 동일한 음소의 음을 뜻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의 표현을 각 악기의 동음 유니즌을 통해 청중은 느낄 수 있다. 음악은 점점 벗어나는 소리들이 등장하며 어긋나기 시작하는데, 그러한 과정에서도 음색 적, 소리 적으로 잘 블랜딩되어 섞여가며 이어지는 악기들의 협동을 느낄 수 있다. 

이 곡에서 악기들은 개별적으로, 또는 다같이 나오며 독립성과 일체감을 느끼게 한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같지만 다르고 규칙적이지만 불규칙한 장면들을 통해 유무상생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오예민 (한국전자음악협회) 

l  Ironic Sounds  l  for Snare  
drum, Live Video and Electronics

영상과 녹음 사운드를 사용한 스네어 드럼의 솔로는 청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연주자가 연주하는 세기에 따라 스크린에 보이는 화면이 밝아짐과 어두워짐을 반복하며 연주에 몰입하게 만들었고, 녹음된 소리의 잔향과 전자 음향을 이용해 스네어 드럼 한 대로 여러 음향효과를 만들어내 흥미를 자극했다. 연주자가 연주를 멈췄음에도 남아있는 소리에 처음에는 이질감이 들기도 하지만 점차 구체화되는 소리와 늘어가는 화면 속 잔상들은 곡의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작곡가는 이 곡을 통해 현대음악에서 보이는 모호성과 정형성에 대해 풍자하고 싶었다라고 말하며 다양한 연주 방법으로 정형성에 갇히지 않는 음악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설명을 남겼다.
 

남진 (주창회) 

l  슬레이트 지붕 위의 오동나무꽃  l  for Fl, 가야금

 

작곡가의 경험을 구체화하여 표현하려 한 곡으로, 작곡가가 직접 찍은 슬레이트 지붕 위에 피어있는 오동나무 사진을 보여줌을 통해 직관적으로 의도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곡은 특이하게도 국악기와 양악기의 편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플룻을 마치 대금이나 피리처럼 사용한 주법들이 인상적이었다. 연주자들이 한복을 맞춰 입고 등장하였는데, 그러한 시각적 효과를 통해 곡의 이미지를 더욱 구체화할 수 있었다. 마치 장구를 치듯 가야금을 때리는 장면에서는 곤충의 울림통이 되어준 오동나무를 느낄 수 있었는데, 색다른 주법 활용한 신선함이 돋보이는 곡이었다.

 

김정길 (원로작곡가) 

l  fünf stücke  l für bläserquintett

 

5개의 짧은 소품들이 모여있는 이 곡은 그 당시 작곡가가 시도했던 12 음렬의 색채를 느낄 수 있다. 세심한 다이나믹 변화를 통해 만들어 가는 공간감과, 관악기들이 쌓여가며 만들어지는 불협화 음정들, 점점 화음이 확장해 가며 생기는 포르티시모의 음색들을 통해 목관악기들의 독특한 음색과 기교를 느낄 수 있었다. 

 


발표된 여섯 곡은 각자 다른 주제를 가지고 전개되지만, 그 속에서 대립과 공존의 가치, 즉 유무상생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실내악 작곡 제전을 통해 청중들은 현대음악의 다양한 색채를 느끼며 다양한 작곡가의 작품 세계관을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었다. 작곡가의 표현 의도에 대해 고민해 보면서 현대 사회를 바라볼 수도 있고, 청중들 각자의 내면을 돌아볼 수도 있다. 연주를 들으며 음악을 통해 각자 저마다의 세계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 


 https://m.blog.naver.com/eunbi031496/223225757068

9기 작협기자단 유은비 기자 (eunbi0314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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