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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협기자단

[리뷰] <2023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III> - 김서현 기자 2023-10-08 78


<2023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Ⅲ>


 김서현


지난 9월 6일 예술의 전당 리사이트홀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Ⅲ>이 유무상생(有無相生)-같이 또 따로의 가치’ 라는 주제를 담아 개최되었다.

연주 시작 전 약 1시간은 곧 열리는 작곡제전의 프로그램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자리인 세미나가 오후 6시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서초동캠퍼스지하 1층에서 진행된다. 

2023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에서 연주되는 작품들은 2022년도에 있었던 ()한국작곡가협회의 다양한 산하단체 주최 연주회에서 주목을 받아 추천된 작품들이다. 

세미나에서는 이렇게 다양하고 수준 높은 작품들을 감상하기 전에 해당 음악회의 작품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의 시간을 갖게 된다. 분석과 해설은 물론 작곡가에게 직접 질의응답 하는 시간도 갖게 된다. 

이날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Ⅲ 세미나에서는 김지은, 오예민 연사가 함께했다. 

 

유무상생(有無相生) ; 있고 없음은 서로 상대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란 뜻으로, 세상만물의 이치를 상대적인 관점에서 볼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즉, 있고 없음은 서로 공존함을 의미하는 한자성어이다.’ 

 

이윤경(21세기악회Ⅰ Solitaire et Solidaire (고독하지만 연대하는) for Bass Clarinet, Violin & Cello

(B.Cl.김욱 / Vn.김주은 / Vc.김진경)

 일상을 초토화시킨 팬데믹을 경험한 청중에게 다시금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노벨상수상자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현대음악극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위 작곡가가 소설을 읽으며 알베르 카뮈의 삶에 대한 시각과 작품세계에 대해 공감하는 한 작곡가의 카운터포인트로서 쓴 곡이다.

음악의 구성은 <페스트>의 전개와 같은 5악장과 그 사이를 연결하는 낭독극으로 진행된다. 무미한 알제리의 해안도시 오랑, 그곳에 갑자기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쥐의 출현, 

갑작스러운 재앙에 도피, 순응, 또는 반항하는 인간들의 서로 다른 모습들, 카뮈의 문학적 표현 등이 음악적 소재로 도입되어 때론 서사적 때론 내면적 인식의 반영으로 묘사다. 

지하 세계에서 울려 나오는 듯 페스트를 표현하는 깊이 있는 저음의 고난도 베이스 클라리넷의 음색은 당시 이 작품의 주인공을 대변하는 듯하며, 청중의 집중을 끌어 모으기 충분하다.

 

설수경(ACL- Korea) Ⅰ Coexistence for Solo Cello (Vc.박재은)

이 곡은 대립되는 두 가치의 공존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질서와 무질서, 높고 낮음, 두꺼움과 얇음, 협화와 불협화, 반음계와 온음계, 확정성과 무확정성 등의 첼로에서 표현되는 대립되는 개념은 곡 시작부분에 등장했던 반복하는 a음에서부터 이어지는 선율을 중심으로 대칭적으로 나타나며 곡이 발전된다. 대립이란 서로의 다름이기도 하기도 하지만 공존했을 때, 사실 서로를 더욱 드러내게도 한다. 삶 가운데에서도 우리는 양립하는 다양한 가치들 안에서 중심을 잡으며 살아간다. 흑과 백의 색깔은 서로에 의해 더욱 명확히 드러나듯이, 양립하는 각각의 아름다움을 인정할 때, 우리는 그 안에서 적절하게 균형을 잡으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에서 첼로는 양립한 가치들이 공존하는 삶 가운데 균형을 잡으며 살아가려 애쓰는 나 자신이다.

 

악기는 하나였지만 무대 장악력이 대댄한 곡이다. 다양한 연주주법이 쓰이며 사소한 호흡 및 동작 하나도 서로 다른 가치들이 공존하는 이번 연주주제를 담아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임현경(한국여성작곡가회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를 위한 이음 (Va.이희영 / Vc.최지호 / CB.서민수)

‘이음’은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이 곡에서는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었다. 하나는 의미 차이는 나지 않지만, 

위치에 따라 약간 다르게 들리는 동일한 음소의 음을 뜻하는 이음(異音)의 개념으로 같은 음이나 리듬 형태 등이 매개변수의 변화와 음악 진행에 따라 다르게 인식될 수 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다른 하나는 ‘연결한다’의 의미로 이 곡에서는 하나의 음악 현상이 다른 음악 현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오예민(한국전자음악협회Ⅰ Ironic Sounds for Snaredrum, Live Video and Electronics (Perc.문지승)

이 작품은, 현대음악에서 보이는 모호성과 정형성에 대해 풍자를 하고자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풍자적인 작품을 쓰려고 했던 계기는,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와 점점 정형화되어가는 음악 형태에서의 갈등에서 시작되었으며, 이런 갈등을 음악적 표현으로 풀어내고자 하였다. 

존재하는 악기(스네어드럼과 같은 아날로그 악기)와 존재하지 않는 악기(전자음향과 라이브 비디오)들의 상호작용에서 모호성에 대한 풍자를 하려고 하였고, 

다양한 연주 방법으로 정형성에 갇히지 않는 음악을 표현하려 하였다.

스네어드럼을 연주하는 힘의 크기가 커질수록 카메라에 연주하는 모습이 더 잘 비춰졌다. 이러한 카메라에 연주 모습이 비춰지는 라이브 비디오도 관객에게는 또 다른 악기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남진(주창회Ⅰ 플루트와 25현 가야금을 위한 슬레이트 지붕 위의 오동나무꽃 (Fl.허정인 가야금 유현문)

흐트러지고 흐드러진 연보랏빛, 슬레이트 지붕위로 늘어진 오동나무꽃

비를 연신 쏟아내는 오후가 몇 차례 지나면, 꽃은 떨어지겠지만...

어둑어둑하고 축축한 오동잎 사이로 탐진 열매가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다

살아서 울림통이 되어준 오동나무덕분에, 날아든 곤충소리는 더욱 우렁차고

오동나무가 자생하는 방치된 공터는...

어찌할 수 없는 시간의 방향을, 세상의 방향을 물끄러미 사색하게 한다.

서양악기(플룻)와 동양악기(가야금)의 색다른 조합이 예상외로 잘 어울리는 곡이다. 곡이 더 진행될수록 플룻의 현대적 요소와 가야금의 전통적 요소가 멋진 조화를 이루며 관객들로 하여금 재미와 신선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3악장 곡의 마지막 부분 끝맺음을 하는 가야금과 플룻의 바람소리는 야외의 가을바람을 맞으며 가야금을 연주하는 장면을 연상시켜 긴 여운을 남긴다. 이 또한 공존’ 이라는 주제와 잘 어울리는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김정길(원로작가Ⅰ Fünf Stücke für Bläserquintett (Fl.오병철 / Ob.이현옥 Cl.김민욱 / Hn.김형일 / Bn.이민호)

목관 5중주를 위한 <5개의 소품>은 목관악기의 독특한 음색과 기교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제 1곡은 느린 악곡으로 피아니시모로 시작하여 마지막 포르테시시모에 도달하기까지 자유로운 선율선들이 폴리포니를 이루어 점진적인 변화를 보인다. 제 2곡은 빠른 악곡으로 세심한 다이내믹 변화와 함께 음 공간을 형성하며 긴장감을 만든다. 제 3곡은 헤테로포니의 지속음과 흩뿌린 듯한 점묘적 기법의 교차가 특징적이다. 전체 악곡 중 가장 긴 제 4곡은 반복음이 등장하지 않는 느슨한 12음음계 구성으로 길게 늘어지는 지속음과 짧은 장식음이 대비를 이룬다. 제 5곡은 A-B-A’의 3부 형식으로 동적인 중간 부분을(B) 악기들이 켜켜이 쌓이는 정적인 부분(A)으로 감싸는 구조이다. 각 목관 악기들의 매력있는 음색과 기교가 돋보이며다양한 주법들이 인상적으로, 목관 5중주 편성과 잘 어울리는 곡이다.

 

 

이번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Ⅲ은 같이와 따로의 공존과 연결 등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한국 창작음악의 작곡가들과 교감할 수 있는 뜻깊은 프로그램이었다.

이제 올해 2023년의 실내악 작곡제전은 10월(제 4), 11월(제 5) 두 번만을 남겨두고 있다. 다양하고 수준 높은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 감상하며 한국 창작음악의 현재를 조망하기를 희망한다면 다음 작곡제전에서 다양한 감동을 경험할 수 있길 바란다.

 

 

https://blog.naver.com/christina952/223230943534 

제 9기 작협기자단 김서현 기자 (christina95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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