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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협기자단

[리뷰] <2023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IV> - 김서현 기자 2023-11-09 57


<2023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Ⅳ>


김서현 


지난 10월 11일 예술의 전당 리사이트홀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Ⅳ>이 감정의 공명’ 이라는 주제를 담아 개최되었다.

연주 시작 전 약 1시간은 곧 열리는 작곡제전의 프로그램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자리인 세미나가 오후 6시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서초동캠퍼스지하 1층에서 진행된다. 

2023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에서 연주되는 작품들은 2022년도에 있었던 ()한국작곡가협회의 다양한 산하단체 주최 연주회에서 주목을 받아 추천된 작품들이다. 세미나에서는 이렇게 다양하고 수준 높은 작품들을 감상하기 전에 해당 음악회의 작품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의 시간을 갖게 된다. 분석과 해설은 물론 작곡가에게 직접 질의응답 하는 시간도 갖게 된다. 

이날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Ⅲ 세미나에서는 김예림, 강나루 연사가 함께했다.

 

‘공명(共鳴, 울림)은 특정 진동수(주파수)에서 큰 진폭으로 진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때의 특정 진동수를 공명 진동수라고 하며, 공명 진동수에서는 작은 힘의 작용에도 큰 진폭 및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종종 타인의 기분을 체감하며, 그들이 느끼는 감정에 우리 자신이 반응하는 것을 발견다. 이 현상은 ‘감정 공명’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간단히 말해서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고 반응하는 능력을 뜻한다.

 

오이돈(한국악회피아노 연탄을 위한 흥타령 (Pf.1 허자경/Pf.2 허원숙)

이 곡은 흥타령”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옛날 주막에 맡겨져 하염없이 전쟁터로 떠난 아비를 기다렸던 어린 딸 능소가 있었다. 아비는 버드나무로 만든 지팡이를 딸의 손에 쥐어주며 지팡이에 꽃이 피면 내가 살아 돌아올 것이라 말했다. 참으로 오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드디어 지팡이에 꽃이 피었고, 정말 아비는 무사히 돌아와 기뻐 잔치를 벌이며 천안삼거리 흥, 능수야 버들은 흥…..”노래(흥타령)를 불렀다. 바람에 흩날리는 능수버들 모습의 묘사로 시작하는 이 연탄곡의 선율이 인상적이다.


류경선(베리타스 뮤지케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밤 (Vc. 이수정/Pf. 윤혜성)

  이 시에서 “밤”은 “고요”하고 “보슬비”도 “소리 없이” 내린다. “밤”의 “고요”는 일견 고독과 슬픔의 세계를 형상화하는 듯하지만, 화자가 “영혼의 둘렛가”에서 무한의 경지를 대면하거나 엿볼 수 있는 존재론적 상황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촛불”과 “자단향(紫檀香) 연기”가 “우러러 받드는 하늘”, 즉 궁극적 무한의 세계를 염원하는 화자의 태도를 암시한다면, “울지도 못하는” 것은 현세적 갈등과 고뇌를 정화하고 무한의 세계로 진입하는 것이 고통스럽고 지난한 일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하늘에 살아도/우러러 받드는 하늘”이 있고 “구름 밖”으로 “높이” 나는 “새”는, 화자의 또 다른 자아로서 “나그네”의 한계를 넘어 무한의 세계에 근접하는 존재라고 간주할 수 있다. :바람:은 “구름 밖”으로 날지 못하는 화자의 “창턱에 고인 흰뺨”을 위로함으로써 화자와 “새” 사이의 간극을 연결시키는 이미지라고 볼 수 있다.

 

오형엽 교수, 「조지훈 시의 청각적 이미지와 시 의식」, 

『한국언어문화』 제40집, 한국언어문화학회, 2009, 152면. 참조 

 

자단향 연기에 얼굴을 부비며 울지도 못하는 적막하고 괴로운 밤. 국문학자 오형엽 교수의 글에 따르면, 조지훈 시의 미학적 원천인 청각적 이미지는 고요나 침묵에 가까운 배음으로 형상화되면서 적막의 여운이 형성된다고 한다. 작곡가가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느낀 고요와 적막, 슬픔과 고뇌, 그러면서도 미세하게 느껴지는 잔잔한 위로를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이중주로 표현했다.


이혜성(창악회두 대의 첼로를 위한 위로5 – 그리움 (Vc.1 김경란/Vc.2 한동연)

그리움의 깊은 울림을 두 대의 첼로에 담은 곡이다. 가슴 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저며 오는 슬픔의 농도와 시간의 끝은 과연 어디일지 생각하며 작곡된 곡이다. 천국에 대한 안도를 위안으로 삼아도 여전히 그리움은 시공을 초월한다. 그리움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이전부터 이미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작곡가의 생각이다.


강나루(뮤직노마드플루트, 클라리넷, 바이올린, 비올라첼로를 위한 단오풍정 (Fl.하종수/ Cl.문승주/Vn.심정은/Va.조재현/Vc.강찬욱/Cond.이현민)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작품<단오풍정>에서 작곡가의 주관적 시선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각각의 오브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곡이다. 작품의 구도에 있어 인물을 중심으로 1-3-2-4로 진행되며 음색적 측면에 있어 각 악기의 다양한 결합을 통해 주제를 형상화할 수 있도록 시도하였다. 이 작품은 선율적으로 동양적 색채가 나타나기도 하며, 우리나라의 민속 장단을 사용하였고, 제시된 짧은 리듬의 각 부분이 연관성을 가진다.


김정훈(작곡동인 소리목세 대의 클라리넷을 위한 공중정원 (Cl.장종선/B.Cl. 남평식, 김욱)

선택된 시는 동명의 작품인 Amold Schonberg의 <공중정원의 책, Op.15>에서 선택된 Stefen George의 시 중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등장인물인 청년의 정신적, 육체적 변신이 공중정원에서 이루어지고 이러한 청년의 각성과 함께 공중정원도 해체된다. 그 중심에 저녁의 우울한 정자가 있는 것이다. 

작곡가가 개인적으로 느낀 이 시에 대한 심상은 우울함’ ‘예리함’ ‘습기 가득함’ ‘흐릿함 황량함등 의미적 거리가 큰 개념들이 대조적으로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심상의 대비는 현재 본인이 작곡하고 있는 극단적인 음악적 이벤트들의 배열과 흐름이란 부분과 많은 부분 공유되고 있으며, 이러한 표현들을 음악화 하기 위해 소리의 스펙트럼이 넓은 클라리넷을 선택하였다고 한다. 이 세 대의 클라리넷은 동질성이란 부분에서 작동이 되기도 하지만, 그 동질성, 즉 중심에서 이탈하여 각자의 경계를 확장하여 중심과 대비적 상황을 만드는 중추로서의 역할도 한다. 마치 시에서 등장한 청년의 각성과 변신의 과정과 같다.

전체적인 시간의 흐름은 작은 단위의 음악적 조각들의 배열들로 진행되며, 이 조각들은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극적인 흐름과 무관한, 어쩌면 인접된 조각들이 서로 당기는 인력관계나 의미 있는 음악적 전후 맥락을 철저히 배제한 채 등장하게 되며, 이는 연주자나 청중의 일상적인 감정의 흐름의 해체를 요구하게 되기도 할 것이다. 정자, 이 시에서의 ‘Lauben’은 정신의 집합지이기도 하지만 다른 시공간으로의 통로이기도 하다. 연결이지만 해체인 것이다.


고태은(음악과영상창작집단NOW) 첼로 독주 미로 (Vc.윤석우)

알 수 없는 인생의 여정 미로, 그 미로를 표현한 곡이다. 악기는 첼로 하나이지만 오히려 독주이기 때문에 아무도 없는 홀로 인생의 여정인 미로에 고독하게 서 있는 듯한 모습을 잘 표현한 듯하였다. 때론 적막으로, 고요하게 고민하다가도 열정적으로 달리다가 고뇌에 쌓이는 듯한 모습도 보이는 것 같다. 


최인찬(원로작곡가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단소 (Fl.승경훈/Pf.이은지)

최인찬은 현대음악의 작곡 선두에 앞장서서 한국음악에 신표현주의의 문을 연 작곡가이다. 그는 그만의 개성과 창조성, 시대성, 정신성을 모두 작품 안에 녹여내고자 하였다그의 작품에는 무조성 안에서 자유로운 12음기법, 한국음악적인 독특한 음색과 기법이 두드러진다. 작품 플룻과 피아노를 위한<단소>(1980)에서 그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한국음악의 5음음계에 착안하여 플룻에서는 주음과 속음의 성질이 트릴 혹은 비브라토로 드러나며, 꾸밈음은 시김새의 울림을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음을 조직할 때 트라이톤(Tritone)과 2도 관계를 동시에 사용하였으며, 특히 피아노와 플룻의 미묘하게 부딪히는 음향들을 통해 공기의 흐름을 더욱더 팽팽하게 유지한다.

 


이번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Ⅳ는 감정의 공명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한국 창작음악의 작곡가들과 교감할 수 있는 뜻깊은 프로그램이었다.

이제 2023년의 실내악 작곡제전은 11월 29일에 있을 제5회 작곡제전 한 번만을 남겨두고 있다. 다양하고 수준 높은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 감상하며 한국 창작음악의 현재를 조망하기를 희망한다면 올해 마지막 작곡제전에서 다양한 감동을 경험할 수 있길 바란다.

 

 

9기 작협기자단 김서현 기자 (christina952@naver.com)

https://blog.naver.com/christina952/223256543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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