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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23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IV> - 임윤정 기자 2023-11-09 52

대한민국 공연예술제 (우수공연예술제) 2023 KOCOA Music Festival


임윤정


20231011() 오후 730,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 홀에서 개최된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에 다녀왔다.

이번에 연주된 작품들은 2022년도에 있었던 ()한국작곡가협회의 다양한 산하단체 주최 연주회에서 주목을 받아 추천된 작품들이다.

 

이날 오후 6시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세미나 감정의 공명또한 참여할 수 있었다.


오이돈 - 피아노 연탄을 위한 흥타령

 

옛날 옛적, 천안삼거리 주막에 맡겨져 하염없이 전쟁터로 떠난 아비를 기다렸던 어린 딸 능소가 있었다. 아비는 버드나무로 만든 지팡이를 딸의 손에 쥐어주며 이 지팡이에 꽃이 피면 내가 살아 돌아올 것이라 말했다. 참으로 오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드디어 지팡이에 꽃이 피었고, 정말 아비는 무사히 돌아와 기뻐 잔치를 벌이며 천안삼거리 흥, 능수야 버들은 흥...” 노래(흥타령)를 불렀다.

 

시작은 바람에 흩날리는 능수버들 모습을 묘사하며 노래의 장면들을 음악적으로 풀어내고자 하였다. 한 대의 피아노는 때로는 느리고 조용하게, 갑자기 빨라지거나 세지는 등 풍부한 표현을 보여주어 청중들을 집중하게 만들며 이야기를 진행해나간다. 개인적으로 이 곡은 주로 기쁨과 가족애,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것을 기념하는 잔치 등을 표현하였다고 생각했지만, 분명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개개인이 다 다를 것이다. 다음에도 들을 기회가 생긴다면 다시 한 번 듣고싶은 곡이다.


류경선 -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밤

 

누구가 부르는 듯

고요한 밤이 있습니다.

 

내 영혼의 둘렛가에

보슬비 소리 없이 나리는

밤이 있습니다.

 

여윈 다섯 손가락을

촛불 아래 가즈런히 펴고

 

紫檀香(자단향) 연기에 얼굴을 부비며

울지도 못하는 밤이 있습니다.

 

하늘에 살아도

우러러 받드는 하늘은 있어

구름 밖에 구름 밖에 높이 나는 새

 

창턱에 고인 흰 뺨을

바람이 만져 주는 밤이 있습니다.

  

작곡가는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느낀 고요와 적막, 슬픔과 고뇌, 그러면서도 미세하게 느껴지는 잔잔한 위로를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이중주로 표현하였다. 국문학자 오형엽 교수의 글에 따르면, 조지훈 시의 미학적 원천인 청각적 이미지는 고요와 침묵에 가까운 배음으로 형상화되면서 적막의 여운이 형성된다고 한다.

이 곡의 피아노와 첼로는 잔잔하게 배음을 이용하여 공기 중에 울려퍼지는 조용한 소리를 연주회장 안에 채움으로써 시에서 느껴지는 고요와 적막을 효과적으로 표현하였다. 특히 곡에서는 이라는 주제에 걸맞는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듣는이로 하여금 시의 내용에 공감할 수 있게 하였다.

 

이혜성 - 두 대의 첼로를 위한 위로5 그리움

 

가슴 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저며 오는 슬픔의 농도와 시간의 끝은 과연 어딜까?

천국에 대한 안도를 위안으로 삼아도 여전히 그리움은 시공을 초월한다.

그리움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이전부터 이미 시작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움의 깊은 울림을 두 대의 첼로에 담은 이 곡은 그리움이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지에 대해 철학적으로 고찰하며 두 대의 첼로에 서정적인 선율을 담아낸다. 서로 묻고 답하는 듯 연주하거나 동시에 울림을 전달할 때, 가녀리다가도 저음역대의 중후한 울림을 보여주기도 하는 이 곡 속에서 우리는 주제인 그리움에 대해 생각하며 감상할 수 있었다. 사람은 모두 가슴 속에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기에 이 곡의 주제는 모든 사람에게 공감과 오롯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안겨주었다.

 

강나루 - 플루트, 클라리넷,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위한 단오풍정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작품 <단오풍정>에서 작곡가의 주관적 시선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각각의 오브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곡이다. 작품의 구도에 있어 인물을 중심으로 1-3-2-4로 진행되며 음색적 측면에 있어 각 악기의 다양한 결합을 통해 주제를 형상화할 수 있도록 시도하였다. 이 작품은 선율적으로 동양적 색채가 나타나기도 하며, 우리나라의 민속 장단을 사용하였고 제시된 짧은 리듬의 각 부분이 연관성을 가진다. 서양악기를 이용하여 동양적인 느낌을 효과적으로 표현한 곡이다. 음색과 선율, 리듬 등이 단오풍정이라는 작품과 잘 어우러지며, 여러 악기들 중 두 세 악기들이 결합해가며 다양한 사운드를 들려주어 듣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김정훈 - 세 대의 클라리넷을 위한 공중정원

 

선택된 시는 동명의 작품인 Arnold Schönberg<공중정원의 책, Op.15>에서 선택된 Stefen George의 시 중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Schönberg는 이 작품의 작곡연대와 비슷한 시기에 3개의 피아노 소품(Op.11), 5개의 관현악곡(Op.16) 등을 작곡했는데, 모두 12음열주의의 체계적 조성파괴 방법이 정립되지 못한, 조성음악과 그와 동등한 무조적 시스템 사이의 과도기적 방법론이 쓰였던 시기의 그의 음악적 고민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작곡가 개인이 느낀 이 시에 대한 심상은 우울함, 창백함, 예리함, 습기 가득함, 흐릿함, 황량함 등 의미적 거리가 큰 개념들이 대조적으로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심상의 대비는 현재 작곡가가 작곡하고 있는 극단적인 음악적 이벤트들의 배열과 흐름이란 부분과 많은 부분 공유되고 있으며, 이러한 표현들을 음악화 하기 위해 소리의 스펙트럼이 넓은 클라리넷을 선택하였다. 이 세 대의 클라리넷은 동질성이란 부분에서 작동이 되기도 하지만, 그 동질성, 즉 중심에서 이탈하여 각자의 경계를 확장하여 중심과 대비적 상황을 만드는 중추로서의 역할도 한다. 마치 시에서 등장한 청년의 각성과 변신의 과정처럼. 전체적인 시간의 흐름은 작은 단위의 음악적 조각들의 배열로 진행된다. 세 대의 클라리넷은 각각의 역할을 명확하게 갖고 있다. 음악적 조각들은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극적인 흐름과는 무관한, 어쩌면 인접된 조각들이 서로 당기는 인력관계나 의미있는 음악적 전후 맥락을 철저히 배제한 채 등장한다는 작곡가의 의도처럼 클라리넷은 서로 동질성을 갖고 있지만 음악적 맥락은 궁극적으로는 복잡하게 얽혀있다. 연결이지만 해체인 것이라는건 작품을 꿰뚫는 문장이라고 볼 수 있겠다. 조각들이 모여 전체가 되듯, 세 대의 클라리넷은 14분간 작곡가의 음악적 견해를 보여준다.

 

고태은 - 첼로 독주 미로알 수 없는 인생의 여정 미로, 그 미로를 따라서.

 

첼로 한 대로 이루어진 이 곡은 무대를 장악하는 첼리스트의 기량을 보여준다.13분이라는 시간동안 연주되는 곡은 미로라는 주제를 이해할 수 있었다.빙빙 돌아 결국 원래 있던 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것을 표현하듯 주제는 텀을 두며 반복적으로 등장하였고, 끝없이 헤매며 알 수 없는 곳을 향하지만 결국 종착지가 어디인지 모를 인생이라는 미로를 따라가는 것을 음색과 기교로 표현하였다. 전체적으로 감상하였을 때는 미로이면서 퍼즐처럼도 느껴지는 곡이었다. 첼로를 다양한 방식으로 연주하였고, 그곳에서 느껴지는 파워가 있었다. 힘있게 연주하며 미로를 헤쳐나가는 모습은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으며 인생이란 어떻게 느껴지는지를 효과적으로 나타내었다.최인찬 -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단소작곡가 최인찬(1923-2009)최인찬은 현대음악의 작곡 선두에 앞장서서 한국음악에 신표현주의의 문을 연 작곡가다. 그는 그만의 개성과 창조성, 시대성, 정신성을 모두 작품 안에 녹여내고자 했다. 그의 작품에는 무조성 안에서 자유로운 12음 기법, 한국음악적인 독특한 음색과 기법이 두드러진다. 작품 플룻과 피아노를 위한 <단소> (1980)에서 그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한국음악의 5음음계에 착안하여 플룻에서는 주음과 속음의 성질이 트릴 혹은 비브라토로 드러나며, 꾸밈음은 시김새의 울림을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음을 조직할 때 트라이톤과 2도 관계를 동시에 사용하였으며, 특히 피아노와 플룻의 미묘하게 부딪히는 음향들을 통해 공기의 흐름을 더욱 더 팽팽하게 유지한다. (해설 : 김예림)이 곡은 현대적인 느낌으로 끊임없이 부딪히는 음들과 불협적인 화음이 나타나며, 피아노와 플룻은 각각의 음형을 가지고 서로 독특하게 연주한다. 피아노의 선율을 따라가다보면 플룻이 자연스레 이어받는 등 대위적 성격도 보이지만 곡 특유의 독특한 음향적 부딪힘과 울림에 조금 더 집중이 된다. 플룻의 트릴을 포함한 기교들이 곡을 풍부하게 만들어주어 악기는 두 대 이지만 그 이상으로 느껴지게끔 풍부한 사운드를 내었다.


 9기 작협기자단 임윤정 기자(ellapalslab4@naver.com)

https://blog.naver.com/ellapalslab5/223256157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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