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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협기자단

[리뷰] <2023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V> - 김이현 기자 2024-01-05 44


<2023 KOCOA Music Festival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

 


김이현 


 지난 2023년 11월 29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 전당에서 2023 KOCOA Music Festival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이 개최되었다. 프로그램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세미나 ‘“음악의 위로” 에는 백은실 연사가 함께했다. 세미나를 통해 관객은 작품을 분석하고 또한 실제로 연주될 무대를 예상하며 2023년의 마지막 대한민국실내악작곡제전을 기대할 수 있었다.

 

신지수 (ISCM-Korea) | String Quartet 구도자의 노래 (세계초연) 

(위로 앙상블: Vn. 박신혜 Vn.2 박지현 / Va. 변정인 Vc. 신예은)

작품 설명: 현악사중주로 작곡된 이 곡은 이해인 수녀의 시 오늘을 위한 기도에서 영감을 받았다. 인생사의 크고 작은 일들에 극단적으로 휘말리지 않고 수도자처럼 감정을 다스리며 평정심을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을 음악적으로 표현하였다.

연주시간: 약 9

 

동일음 모티브의 반복으로 이루어진 Intro는 평온함과 평정심을 순식간에 불러왔다. 가장 특징적인요소로 작동하는 지속음은 기도하는듯 조심스럽고 신중한 음향으로 존재하고, 상승하행하는 선율과 울림 있게 등장하는 Vn.12의 패시지는 고저의 풍파가 있음에도, 기도로 평정을 찾는 수도자의 무게 있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한신 (ACL-Korea) | 클라리넷,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위한 살아남은 자의 슬픔 (세계초연) 

(Cl. 이새롬 / Vn. 최연우 / Va. 홍윤호 Vc. 최지호)

작품 설명: 이 곡은 대립되는 두 가치의 공존에 관하여 이야기 하고 있다. 질서와 무질서, 높고 낮음, 두꺼움과 얇음, 협화와 불협화, 반음계와 온음계, 확정성과 무확정성 등의 첼로에서 표현되는 대립되는 개념은 곡 시작부분에 등장했던 반복하는 a음에서부터 이어지는 선율을 중심으로 대칭적으로 나타나며 곡이 발전된다. 대립이란 서로의 다름이기도 하기도 하지만 공존했을 때, 사실 서로를 더욱 드러내게도 한다. 삶 가운데에서도 우리는 양립하는 다양한 가치들 안에서 중심을 잡으며 살아간다. 흑과 백의 색깔은 서로에 의해 더욱 명확히 드러나듯이, 양립하는 각각의 아름다움을 인정할 때, 우리는 그 안에서 적절하게 균형을 잡으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에서 첼로는 양립한 가치들이 공존하는 삶 가운데 균형을 잡으며 살아가려 애쓰는 나 자신이다.

연주시간: 10

 

먹먹한 Cello 선율로 시작하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동일음 pizz.의 요소로 이어진다. 또한 이어 등장하는 고음역의 unison은 애처롭고, 비통하게 들린다. 동형진행의 반복과 클라리넷, 현악기의 선율이 조화를 이루고, 활을 튕기는 주법의 리듬적 재미와 클라리넷의 하행하는 선율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백영은 (운지회) | 현악6중주를 위한 내일의 기억’ 주제에 의한 파사칼리아 (2008/2023) 

(Solo Vn. 박지현 Vn. 박진영, 조혜수 / Va. 이상민 / Vc. 이세인 / D.B. 장린)

작품 설명: ‘이음’은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이 곡에서는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었다. 하나는 의미 차이는 나지 않지만, 위치에 따라 약간 다르게 들리는 동일한 음소의 음을 뜻하는 이음(異音)의 개념으로 같은 음이나 리듬 형태 등이 매개변수의 변화와 음악 진행에 따라 다르게 인식될 수 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다른 하나는 연결하다의 의미로 이 곡에서는 하나의 음악 현상이 다른 음악 현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연주시간: 약 8분 30

 

선율 모티브가 제시되고, 활 튕기기 주법과 짜임새 있는 패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음악적 진행이 확실하게 나타난다. 몰입도 있는 화성 진행과 짜임새 있는 구성은 고음역대 파트가 재등장하면서 다채롭게 어우러진다. 이어 작품은 고음역대의 지속음과 pizz.로 마무리되며 여운을 남긴다.

 

박수정 (창악회소음에 대하여 for Violin, Cello, Trombone and Piano (세계초연) 

(Vn. 강민정 / Vc. 주윤아 / Trb. 이우석 / Pf윤혜성)

작품 설명: 지구는 각종 분쟁으로 넘쳐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지식인으로 자처하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강력한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서로의 의견을 듣지 않고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갈등은 개인의 영역뿐 아니라 국가 간 분쟁에서도 발생한다. 인류의 평화를 염원하며 더 나은 공존을 방법을 꾀한다 하면서도, 서로 다른 이념과 맹목적인 신념은 여전히 물리적인 충돌을 야기하고 있다.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는 목소리,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충돌과 다툼.이 모든 것이 소음이다. 이 곡은 “D의 반복된 유니즌과 통제되지 못하는 선율의 불협화음을 통해 현시대에 경험하는 소음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고자 한다.

연주시간: 7분

 

강렬한 D음 유니즌으로 시작한 소음에 대하여는 역동적 모티브의 연속으로 이어진다. 리듬 모티브를 지속적으로 끌고 가면서 변형발전된 형태로 구성되고, 각자의 소리가 섞여 공존하고 그 경계를 교차하면서 소음의 본질을 제시한다.

 

나인용 (21세기악회) | Piano Quintet <혼맥(魂脈)> (2020) 

(이니스 앙상블 : Vn.1 이태정 / Vn.2 채경애 / Va. 노원빈 / Vc. 이현지 / Pf. 이윤희)

작품 설명이 곡은 2020년 여름에 예술원 음악회를 위하여 작곡되었다. 전곡은 3악장으로 구성되었다. 제1악장을 “혼”이라 이름한 것은 우리 가락으로 된 우아한 노래를 염두에 둔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작곡하는 동안 공포의 코로나시대를 지내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울한 넋두리 같은 슬픈 노래 애가로 변질된 것 같기도 하다. 곡은 4개의 아악적 성격의 짧은 사락들이 유기적으로 주고받으면서 엮어가는 구조로 되었다. 제2장은 1장과 3악장을 연결시켜 주는 경과구 역할을 하는 일종의 간주곡이다. 리드믹한 생동감이 서양 고전 음악을 연상케 한다. 제3악장은 “맥”이라 이름한 것은 살아있는 우리의 맥박(pulse)를 뜻한다. 1장과 대칭되는 리듬 중심의 곡이다. 3악장은 성격이 서로 다른 여러 소재들로 구성되었다. 그중에서도 중심이 되는 소재는 국악의 속에 속하는 농악의 소재들이다. 4박으로 이뤄진 농악리듬 한 소절이 기본 리듬패턴이 된다. 이것은 4종류로 변형된다.

연주시간12분

 

피아노 패턴과 현악기의 강렬한 선율이 어우러지는 1악장은 관객을 사로잡는다. 리듬 unison이 흐름에 따라 펼쳐지는 2악장은 각 악기별로 주고받는 교차가 인상적이다. 거친 텍스처의 음색이 인상적이었던 3악장은 4박의 농악 리듬의 흐름 안에서 현대 주법이 조화를 이루며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보인다.

 

이연국 (원로작곡가) | Sae Ahk for Flute, Violin and Piano 

(위로 앙상블 : Fl. 승경훈 / Vn. 박신혜 / Pf. 이은지)

 

현대적 주법과 음향 속에서 지속음이 뚜렷하게 자리잡아 변화 속에서도 전통적인 진행을 지킨다. Vn.의 강한 gliss.와 Fl.의 비브라토 지속음이 특징인 Sae Ahk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무언가의 전통성을 나타내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 2023 KOCOA Music Festival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는 2022년도 한국작곡가협회의 다양한 산하단체 주최 연주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아 추천된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함께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날의 작품들은 기도와 슬픔, 그리고 다양한 가치를 통해 관객에게 저마다의 위로를 전달했다. 특별히 올해의 마지막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이었던 이번 연주를 통해 불쑥 찾아온 겨울 속 따뜻한 온기와 생명력을 얻고 2023을 충만하게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내년에도 다시 우리 곁을 찾아올 2024 KOCOA Music Festival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을 기대하며 올해의 마지막 기사를 마친다.


https://blog.naver.com/yistring/223313315366 

9기 작협기자단 김이현 기자 (kimyihyeon3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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