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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협기자단

[리뷰] <2023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V> - 유은비 기자 2024-01-05 61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 제전 V

 

유은비


지난 11월 29일, 한국 작곡가 협회에서 주관한 제5회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 제전이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에서 공연되었다.  23년의 마지막을 장식한 이번 공연은 음악의 위로’ 라는 주제로 연주되었다. 연주회 직전에는 작품들의 깊이 있는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캠퍼스에서 작곡 제전 세미나도 개최되었는데, 음악학자 백은실이 연사하였다. 특히 세미나의 마무리 인사가 가장 인상 깊었는데, 전쟁과 분쟁 등 우리의 평온한 일상을 방해하는 일들이 많이 생기는 세상 속에서, 작곡가는 음악을 적극적으로 창작하는 방법을 통해 사람들을 위로 하려고 한다. 오늘의 음악회가 현대음악이 가져다 주는 위로를 경험하는 따뜻한 음악회가 되기를 바란다.’ 라는 메세지를 던지며 연사를 마쳤다.

 

이날 연주된 곡은 총 6곡이었는데, 연주된 곡들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신지수 (ISCM-Korea

살아남은 자의 슬픔 l  for Cl, Vn, Va, Vc

 

이 곡은 튀르키예 여행 중 느꼈던 작곡가 개인의 경험과 감정이 녹아있다.  2023년 2월 터키 여행 중 튀르키예 대지진 뉴스 속 무너진 집에 깔려 숨진 딸의 손을 놓지 못하던 아버지의 사연을 보고 브레히트의 시 살아남은 자의 슬픔’ 을 떠올려 그 슬픔을 모티브로 작곡한 곡이다. 슬픔의 표현을 위해 바흐 코랄 중 절망으로부터’ 의 첫 8마디를 모티브로 가져와 변형과 변주를 통해 곡을 이끌어갔으며 특히 곡의 첫 시작을 첼로 혼자 노래하는 부분은 아버지의 애절함을 연상시킨다. 또한 중간중간 나오는 현악들의 피치카토는 마치 떨어지는 눈물과 같은 소리를 내며 곡에 애도의 분위기를 더한다.

l ‘내일의 기억’ 주제에 의한 파사칼리아 l  for String sextet

 

작곡가가 2008년에 작곡했던 내일의 기억’ 의 6음 주제와 그 역진행 선율에 의한 파사칼리아 형식의 곡이다. 작곡가는 이 곡을 통해 과거가 되어버린 시간의 흐름 속에서 때로는 현재와 얽혀있는 현재를 현악기들을 통해 수채화 같은 느낌들을 주도록 표현했다. G minor 음계에 기인한 파사칼리아 주제가 반복해서 흐르며 현악기의 음색으로 낮은 안개처럼 드리워져 있는 기억과 새벽 별처럼 가늘게 비치는 바람들을 표현하였다. 고전적인 느낌과 현대적인 느낌이 공존하고 조성과 현대를 넘나듦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박수정 (창악회) 

소음에 대하여 l  for Vn, Vc, Tb, Pf

 

소음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듣기 싫은 소리를 소음으로 규정한다. 이 곡은음을 모든 악기가 튜티로 연주하며 시작되는데 점점 갈수록 중심음에서 이탈되며 클러스터와 불협화적인 요소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음을 규정하는 맥락과 상당히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D음은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것들우리가 듣고 싶어하는 소리’ 들이고 불협화적인 요소들은 듣기 싫어하는 소음’ 이 아닐까? 작곡가는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는 목소리, 충돌, 다툼 등을 소음으로 규정하며 각종 분쟁으로 넘쳐나는 지구의 소음들을 반복된 유니즌과 통제되지 못하는 선율들의 불협화음을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나인용 (21세기 악회) 

l  혼맥 (魂脈) l  for Piano Quintet

 

이 곡은 우리의 정체성 표현하고자 한 곡이다. 1악장인  에서는 우리 가락으로 된 우아한 노래를 염두에 두고 작곡하였는데, 작곡 당시 코로나를 겪으며 더불어 코로나로 인한 우울한 감정 민족의  더불어 표현되어있다. 현악들의 글리산도가 어둡고 무거운 느낌을 주며 분위기를 조성하고, 첼로의 무게 있는 멜로디가 함께 연주된다. 저음에서 중심음 G D Ab이 반복되어 나올 땐 장엄한 느낌을 들게 한다. 많아진 움직임으로 타악적인 느낌까지 들게 하는 경과구이자, 2악장을 지나3악장 에서는 우리의 맥박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맥박 표현을 위해 리듬을 중심적인 소재로 사용하여 마치 장구의 장단과 흡사한 리듬들이 등장하고, 변형된다. 이 곡의 가장 특이한 부분은 우연성 음악의 형식이 곡에 일부분 등장한다는 것인데, 에피소드 에서는 주어진 페이지의 자료를 가지고 연주자가 자유롭게 창작을 하며 곡이 진행된다. 전반적으로 아악적 선율들과 농악의 리듬들을 사용하여 한국적인 느낌을 주는 곡이다.


l  Sae Ahk  l  for Fl, Vn, Pf

 

이 곡의 제목인 새악’ 은 전통음악에서 마치 실내악처럼 소규모로 연주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전통적인 작품의 제목과 상반되게 곡의 내용은 진보적으로, 여러 주법을 사용하여 현대적인 소리를 이끌어 내는데, 굉장히 다채로운 음향적인 변화들을 느낄 수 있다.

 

올해 마지막으로 연주되었던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은 여러 작곡가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음악을 통해 청중들에게 위로를 건네었다. 이번 연주를 통해 청중들이 세상 속 등장하는 소음들과 여러 분쟁 속에서 받은 상처들을 음악을 통해 치유 받고, 작곡가가 음을 사용하여 적어 내린  편지에 공감하는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



https://blog.naver.com/eunbi031496/223312904967 

제9기 작협기자단 유은비 기자 (eunbi0314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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