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악4중주 <Confero> (2021) 

현악기를 구성하고 있는 재료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원재료는 같더라도 재질, 강도, 두께, 악기 내의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역할을 하며, 내부적으로 팽팽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만날 때 섬세한 소리의 변화가 나타나고 그것에 의해 파생되어 음악적인 관계가 만들어진다. 이 곡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대조 또는 매개변수들을 언급하자면, 동시와 분산, 박절적인 것과 비박절적인 것, 도약과 순차, 점진과 급진, 시시콜콜함과 생략, 주법과 결부된 셈여림의 차이, 주법과 결부된 소리의 선명도 등이다. 다양한 매개변수에 의해서 구성된 소리들은 빠르거나 느린 속도의 전환으로 우리의 감각과 기억 속에서 이합집산하며 관계 설정을 맺는다. 내부적으로 섬세하게 나뉘어 있는 소리 재료들이 마치 조립 부품처럼 톱니를 맞추면서, 전체적으로는 개별 소리와 다른 표현 결과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형식도 그 내부 구조를 닮아 있어 다분히 비선형적인 성격으로 곡이 진행된다. 다양한 정보를 취사선택하여 단순화하는 것은 외부가 아닌 청자 내부에서 일어난다. 다양도의 평균치를 청중들이 기억한다고 하면, 객체가 더 복잡하다고 해서 그 평균치가 증가하는 것 같진 않다. 단지 단순화된 객체가 기억될 때 그 인상에 영향을 주는 듯하다.

confero : 결합하다, 저항하다, 대조하다, 고려하다, 간추리다, 운반하다, 전환하다 등 상반된 듯한 여러 의미를 지닌 라틴어.

동영상링크 

https://youtu.be/yJRgyqrq-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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